[김형태기자] 운명의 장난이라기엔 너무 잔인하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사제대결은 일방적 결과로 막을 내렸다. 한국시리즈 4연승의 김태형 두산 감독은 2년 연속 우승이란 영광의 주인이 됐다. 반면 4연패로 맥없이 물러난 김경문 NC 감독은 '무관의 설움'을 끝내 씻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만 놓고 보면 4연승과 4연패이지만 범위를 넓혀보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8연승 행진을 중단없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1차전에서 패한 뒤 내리 4경기를 쓸어담고 두산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부임 첫 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뒤 첫 판을 내줬지만 이후 일방적인 결과로 어렵지 않게 우승 축배를 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단 4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폴클래식 연승행진'을 8경기까지 죽 이어갔다. 단기전에서 유독 강한 그의 능력이 유감없이 빛을 발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정반대로 김경문 감독은 또 다시 분루를 흘리고 말았다. 절치부심 만반의 준비로 맞이한 이번 한국시리즈이지만 치열한 연장 승부 끝에 첫 판을 내준 뒤 힘없이 3경기를 추가로 패하면서 다시 한 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경문 감독은 특히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인 2008년 두산의 사령탑으로 치른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에서도 4연패라는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10월26일 문학 1차전에서 5-2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내리 4경기를 내주면서 허탈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이후 2011년을 끝으로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나 NC의 창단 감독이 된 그는 최근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면서 '역시 명장'이란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연패를 끊지 못하고 내리 4연패하고 만 것이다. 한국시리즈 잠실경기 10전 10패와 함께 최근 8연패란 기록은 그의 그간 업적을 놓고 볼 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허망하다.
OB(두산) 시절 배터리 코치와 포수, 이어 감독과 배터리 코치로 오랜 인연을 맺은 두 김 감독. 한 사람이 '단기전의 승부사'란 찬사를 받으며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반면 또 다른 김 감독은 지긋지긋한 한국시리즈 징크스 탈출에 또 다시 실패했다.
운명의 장난이라기엔 너무도 잔인하다.
조이뉴스24 창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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