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같이 움직여!"
위기의 슈틸리케호를 구하기 위해 긴급 처방을 내린 효과가 훈련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슈틸리케호는 9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소집 이틀째 훈련을 가졌다.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피로 회복 훈련에 중점을 뒀던 축구대표팀은 이날 본격적인 전술 훈련에 돌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훈련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전력분석관 차두리(36)가 있었다. 전날 훈련에서도 선수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만드는데 열을 올렸던 차두리는 이날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보조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통상 그동안의 대표팀 훈련은 슈틸리케 감독이 지시하면 통역 이윤규 씨가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날부터는 슈틸리케 감독 옆에 차두리가 붙어서 좀 더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현역 시절 풀백으로 뛰었던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지도하는 수비 훈련을 함께 했다. 8명의 수비라인이 두 조로 나눠져서 서로를 바라보며 움직이는 훈련이었다. 독일어가 되는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을 들은 뒤 자신의 경험에 맞춰 알아듣기 쉽게 전달했다.
차두리는 측면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며 "너가 이쪽에서 나오면서 상대 공격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라며 날카롭게 전달했다. 차두리가 뛰었던 오른쪽 수비를 맡은 김창수(전북 현대)와 최철순(전북 현대), 왼쪽의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윤석영(브뢴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명확하게 감독의 의중이 전달되니 훈련 효과도 만점이었다. 평소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선수들도 차 분석관의 통역을 통한 지시를 곧바로 알아듣고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시간적인 활용이 극대화된 것이다.
차두리가 수비 훈련에 신경 쓰면서 신태용 코치도 부담을 덜었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함께 공격, 미드필더들에게만 신경을 쏟았다. 이원화된 훈련은 이전과 비교해 좀 더 체계적으로 보였다.
익숙한 형님 차두리의 합류로 훈련장도 시끄러워졌다. 선수들은 좀 더 편안함을 느낀 듯 소리를 지르고 웃으며 훈련에 열을 올렸다. 전날 훈련보다 강도가 세졌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모든 선수가 긍정적이고 밝다. 훈련 전에도 (차두리 분석관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선수 생활을 막 끝내고 와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라며 긍정론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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