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캐나다전은 멀티플레이어라도 원포지션에서 뛰어야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교훈을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확실히 알려줬다.
슈틸리케호는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캐나다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재성(전북 현대), 홍철(수원 삼성)과 부상 당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은 출전하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오는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5차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캐나다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자신의 원포지션에서 뛴 선수와 아닌 선수의 경기 기량의 차이였다.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원포지션인 중앙 수비수로 돌아가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기희(상하이 선화)와 전반, 홍정호(장쑤 쑤닝)와 후반 호흡을 맞춘 장현수는 빌드업의 시작점이었다. 중앙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차례 큰 위기를 초래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안정감 있는 수비를 했다.
앞서 치렀던 경기에서는 풀백으로 출전했다가 중앙 수비수의 습관을 드러내면서 수비에 혼란을 가져왔던 장현수였다. 전방으로 전진하다가 자신없이 백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일순간에 걱정이 사라졌다.
캐나다전 후 장현수는 "늘 맡던 자리라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알았다. 풀백과 비교하면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 풀백은 공격 지원 타이밍을 찾기가 어렵다. 공격과 수비를 가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중앙 수비는 볼배급을 해주고 공격수를 놓치지 않아야 해서 늘 긴장이 필요하다"라고 위치에 따른 차이점을 전했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또 다른 실험을 시도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후반 21분 교체 투입하면서 남태희(레퀴야)가 뛰었던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한 것이다. 손흥민과 이청용 두 측면 공격수의 부재에 따른 불가피한 기용이었다.
황희찬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거침없는 드리블을 하는 등 기본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슈팅 타이밍을 잡지 못하거나 드리블 중간에 볼을 차단당하는 등 측면 공격수로는 익숙하지 않은 경기력도 보여줬다. 비슷한 기회가 중앙에서 왔을 때 골로 연결하거나 슈팅까지 시도했던 황희찬이었기에 측면에서 뛰는 것은 치수보다 큰 옷을 입은 것과 같았다.
황희찬은 "경기 투입 전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측면으로 가서 뛰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의 측면 활용 가능성을 알렸고 실제로 실험을 했다.
스스로는 중앙 공격수로 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정리한 황희찬은 "생소한 포지션이라 조금은 아쉽다. 늘 가운데서 뛰어왔다. 아무래도 원톱이 더 익숙하다"라며 "부족한 점이 많고 내가 더 적응해야 한다. 아직 대표팀에 녹아들지 못해서 나온 문제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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