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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의 고집, 쉬운 경기 어렵게 풀었다


교체 타이밍 늦어져 답답, 김신욱 투입하고서야 역전 성공

[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캐나다전 승리에 혼자만 취해 있는 듯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5차전 우즈베키스탄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는 내용보다는 결과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승점 7점으로 3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9점으로 2위에 올라 있던 우즈벡을 무조건 잡고 2위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했다.

실리적인 경기 운영은 필수였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각자가 치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뻔뻔해져야 한다"라며 내용이 조금은 부진해도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경기를 해야 함을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공격적인 카드를 던졌다. 중앙 미드필더를 기성용(스완지시티) 홀로 배치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파트너로는 이전 경기마다 조커로 활용했던 남태희(레퀴야)를 선발로 내세웠다.

구자철과 남태희는 공격적인 성향이다. 기성용에게 수비 부담이 가중되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성용은 좌우 측면 수비수가 과감하게 오버래핑을 감행할 때마다 수비 뒷공간을 막으러 뛰어 들어가야 했다. 빌드업 능력이 좋은 기성용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성용이 좌우로 벌려주는 패스를 자주 해주지 못하면서 측면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상대 수비에 고립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두 명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개인 능력으로 파고들며 슈팅을 하는 등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우즈벡은 철저히 '선 수비 후 역습'의 틀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결국, 이런 경기 양상은 전반 25분 실수에 의한 실점으로 이어졌다. 수비진영이 헐거워지면서 김기희(상하이 선화)의 백패스가 골키퍼 김승규의 킥 실수로 이어지며 치명적인 실점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과 손흥민의 위치를 바꾸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우즈벡 수비는 사람만 달라졌기 때문에 수비 전형을 그대로 둬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톱 이정협은 몸싸움에서 열세였다.

후반에도 한동안 이런 흐름이었다. 계속 우즈벡 수비에 막히자 17분에서야 지동원을 빼고 이재성을 넣었다. 짧은 패스와 순간 돌파력이 좋은 이재성을 통해 우즈벡 수비를 허물겠다는 의도였다. 그래도 우즈벡 수비는 흔들림이 없었다. 20분 계속 고립됐던 이정협을 빼고 장신의 김신욱을 넣었다.

김신욱이 투입되고서야 한국의 공격에 활로가 생기기 시작했다. 김신욱은 상대 수비의 시선을 유도하는 효과를 일으키는 공격수다. 김신욱 투입 2분 뒤 남태희가 헤딩 동점골을 넣는 순간, 김신욱이 앞으로 뛰어가 수비를 흔든 것이 효과를 봤다. 이른 시간 만회골이 나왔으면 경기를 편하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교체 투입 시점이 다소 늦었다. 김신욱이 들어오면서 경기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김신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가로지르기가 필요했다. 36분 왼발 킥 능력이 뛰어난 홍철(수원 삼성)이 들어갔다. 홍철은 수시로 측면에서 가로지르기를 시도했다. 김신욱의 터닝 슈팅 등이 다양하게 나왔다.

살떨리는 승부를 펼치던 한국은 39분 홍철에서 시작된 문전 롱패스가 김신욱의 머리를 거쳐 구자철의 역전골로 마무리됐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은 원하던 승점 3점을 벌었지만 조금은 답답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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