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제는 뒷문이다. 전날 김재호와 계약으로 유격수 공백 우려를 깨끗이 씻은 두산 베어스가 또 다른 FA 이현승(33)과도 '결론'을 내야 한다.
이현승은 두산 뒷문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두산의 유일한 약점인 불펜에서 꾸준하면서 믿음직한 필승조 일원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는 체력과 밸런스 문제가 겹치면서 평균자책점 4.84에 그쳤지만 56경기(57.2이닝) 동안 1승4패 25세이브로 팀의 뒷문을 책임졌다.
그의 진가는 가장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정규시즌 종료 후 약 20일간 체력을 충전하면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그는 한국시리즈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 3.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면서 안타나 사사구 없이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정규시즌 동안 다소 피칭의 기복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두산 불펜의 깊이와 신뢰도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이현승의 진가는 지난해 12월 초대 프리미어12 대표팀 마무리로 활약한데 이어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선발된 데에서 알 수 있다. 두산이 이현승을 붙잡는다면 이용찬, 홍상삼에 다음 시즌 건강하게 복귀할 정재훈까지 팀의 뒷문은 몰라보게 단단해질 수 있다.
관건은 역시 '조건'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대우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최근 몇년간 수준급 구원투수들의 FA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난해만 해도 정우람(한화, 4년 84억원), 손승락(롯데, 4년 60억원)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확보했다. 마무리 경험이 거의 없던 윤길현도 4년 38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현승은 마무리 경험이 2년에 불과하지만 짧은 기간 매우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를 놓친다는 건 두산으로서도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소 윤길현, 최대 손승락 정도의 조건이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 내용에 따라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두산은 김재호를 4년 50억원이란 예상을 뛰어넘는 후한 대우로 재계약했다.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이현승에게도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구단의 재원은 한정돼 있고, '선택과 집중'은 두산의 오래된 내부 FA 전략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승이는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임에 틀림 없다"며 "조만간 만나서 서로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다. 우리도 현승이가 생각하는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마무리' 이현승의 적정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