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우승 한풀이를 위해서는 조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은 자신이 주연을 맡지 않아도 된다며 팀을 위해 몸을 내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전북 현대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26일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하는 전북이다.
이날 전북 승리의 영웅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몰아넣은 레오나르도였지만 이동국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동국은 0-1로 지고 있던 후반 19분 김보경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보경이 빠지면서 이동국은 김신욱과 투톱으로 뛰었다. 어떻게든 공격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이동국의 투입이었다.
높이에서는 김신욱이 절대 우위였기 때문에 절대 욕심을 내지 않은 이동국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리바운드 볼을 잡고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이동국이 볼을 잡으면 알 아인 수비는 압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빠르게 주변 동료를 활용해 볼을 내줬다.
그 결과, 후반 25분 레오나르도의 동점골에 도우미 역할을 했다. 알 아인 수비가 이동국을 에워싸는 순간 아크 오른쪽에서 반대편으로 볼을 내줬다. 이를 받은 레오나르도가 가운데로 치고 들어오며 기습적인 슈팅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32분 레오나르도의 페널티킥 역전 결승골도 이동국이 찬스를 만들어낸 셈이었다. 이동국이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완벽하게 가로지르기한 것을 김신욱이 뛰어들어가 슈팅으로 연결하려다 알 아인 수비수에게 잡혀 넘어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 페널티킥 찬스를 레오나르도가 놓치지 않고 역전골로 연결시켰다. 이동국 투입 후 경기 흐름이 완벽하게 바뀌며 뒤지던 경기를 역전까지 시켜놓은 것이다.
이동국에게도 골 기회는 있었다. 39분 레오나르도의 코너킥을 헤딩했지만 골문 앞에 있던 수비수가 걷어냈다. 위치 선정이 좋았던 이동국이었기에 가능한 헤딩슛이었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반에는 수비에서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김신욱이 고립되는 등 어려워하는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교체 투입된) 에두나 이동국 모두 몸 상태가 좋았다. 누가 나가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라며 칭찬했다.
레오나르도도 "이동국이 들어오면서 미드필더 숫자는 줄었지만 공격수가 늘어난 효과로 상대 수비 부담이 커졌을 것이다. 이동국이 연계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상대 수비에 고립됐던 김신욱이 더 자유롭게 경기를 했다. 나 역시도 돌파 기회가 늘어났다"라며 이동국 효과를 설명했다.
자신에게 확실한 기회가 오지 않는 이상 연계에 집중했던 이동국은 "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회가 적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많겠지만 기회가 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우승이 절실하다"라며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적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는 이동국은 "교체로 나서면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어떤 내용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투입이 더 부담되는 이유다. 많이 뛰어도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더 빨리 동점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2011년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아픔은 더는 없다는 것이 이동국의 생각이다. 그 당시 이동국은 득점왕에 올랐지만 팀은 결승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1차전을 2-1로 이긴 전북은 이제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 수 있다. 이동국은 "우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상대는 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기력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물론 오늘이 100%의 경기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홈에서 더 강해지리라 생각한다. 2차전에서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2차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을 전했다.
2차전에서도 교체로 투입된다면 욕심을 줄이고 팀에 대한 생각만 하겠다는 것이 이동국의 생각이다. 마침 전북은 지난 2년 동안 동계 훈련도 UAE 아부다비, 두바이에서 했다. 알 아인에서는 올 1월 함부르크-맨체스터시티 친선경기도 관전한 적이 있어 익숙하다.
이동국은 "우리가 결승 2차전을 위해 UAE에서 전지훈련을 했던 모양이다. 기후나 경기장 환경 등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우리의 목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마음을 굳게 먹고 K리그 준우승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나섰으면 한다"라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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