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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공효진, '공블리'를 잊는 방법(인터뷰)


"여자 셋의 현장, 똘똘 뭉쳐 뭔가와 싸워 이겨야 했다"

[권혜림기자] 아쉽게도 '공블리'를 잊을 때가 된 것 같다.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또 한 번 '로코퀸'의 명성을 보여준 배우 공효진이 영화 '미씽'에서 의미심장한 변신을 시도했다. 얼굴에 수십 개의 점을 찍은,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 보모로 분한 공효진의 얼굴에서 상큼 발랄한 기상캐스터 표나리의 표정을 찾을 순 없다. 때로 한없이 선량해보이지만 뭔가를 감추고 있는듯한 서늘한 눈빛이 가슴을 긁는다.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이하 미씽, 감독 이언희, 제작 다이스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효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의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며 시작되는 감성 미스터리물이다. 공효진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아이를 데리고 홀연 사라지는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연기했다. 거짓으로 둘러싸여있던 정체가 드러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다수의 드라마들을 통해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며 자타공인 '로코퀸'의 자리를 지켜 온 공효진은 이번 배역을 통해 전에 없던 변신을 시도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자신을 믿고 아이를 맡겼던 지선의 딸을 데리고 하루 아침에 사라진 보모, 도통 무슨 사연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여인을 흠잡을 곳 없이 그렸다.

"시나리오를 읽고 중국인이 한매 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조선족 설정으로 한다든지,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대사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죠. 대본에는 중국말 대사가 훨씬 많았거든요. 조선족으로 설정을 바꾸려 한 것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어서였어요. 하지만 대본의 느낌에 중국인인 것이 맞는 것 같더라고요. 조선족 캐릭터는 그간 다른 영화들에 많이 나왔으니 '한 번 해보자' 싶었어요."

'미씽'의 공효진은 많지 않은 대사, 시선을 사로잡는 눈빛만으로도 '질투의 화신' 표나리의 이미지를 단숨에 지워낸다. 중국어 대사는 물론이고 외모 변신도 꾀하며 극 중 한매의 모습에 다가갔다. 수줍은 미소 뒤에 그림자를 감춘 한매의 표정은 그간 공효진이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어떤 색깔의 이미지였다.

"'공블리'라 불리지만, 그런 색깔이 아닌 인물들을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찾아 헤매요. 그래서 '괜찮아, 사랑이야'의 지해수 역도 반가웠죠. 영화에선 평범한 역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출연한 영화들을 다 모아도 관객 수가 천만 명이 안 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관객을 많이 모으지 못한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엄지원 언니가 '난 절대 망하지 않아. 내 감을 믿어봐. 걱정하지마. 언니를 믿어봐'라고 하더라고요."

'미씽'이 흔한 장르의 블록버스터물이 아닌 만큼, 공효진은 흥행 수치에 부담을 느끼기보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는 "우리 이야기 자체가 흥행 돌풍을 상상할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었다"며 "'이런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 좋은 작품 잘 골랐다고 생각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변신을 위해 노력했구나' 정도의 반응을 기대하고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공효진은 드라마 속 변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영화 세계에서 보다 폭넓은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정극 드라마에서) 1년에 한 두 개 정도 다른 캐릭터가 나올까 말까 아닌가 싶다"면서도 "드라마는 보는 저의 경우에도 마음이 콩닥콩닥 뭉실뭉실해지면 좋겠다. 긍정의 빛을 발산하는 여주인공이 나와서 힘든 일상을 즐겁게 보낸다는 이야기를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데, 영화에선 몰라도 그런 역을 드라마에서 5개월 하면 도발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며 "머리고 뭐고 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영화에서 그런 연기를 함으로써 (변신에 대한) 욕망을 해소하는 것 같다. 영화에는 확실히 그런 캐릭터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씽'은 여성 감독인 이언희와 두 여성 배우 엄지원, 공효진이 뭉친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인 셈이다. 공효진은 현장의 남성 스태프들과 세 여성 영화인들의 시각차, '미씽'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남녀의 다른 생각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언급했다. 여성 감독이 이끄는 중저예산 영화 현장에서 체감한 특유의 분위기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사회 고발적인 발언이지만, 여성 감독들의 현장은 더 열악해요. (제가) 페미니즘이 발동해 독립 투사처럼 된다니까요. 남자들은 '미씽'을 보고도 '이건 모성이다'라고 이야기해요. 여자들은 '이건 모성이 아니라, 모성이라는 무기로 살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다'라고 말하죠. 그럼 남자들은 '이건 (배우가) 여자로 보일 필요가 없다. 모성이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남자 관객들과 타협하고 그들에게 이해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태프들부터 이해시켜야 한다 생각했고요.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라서, 항상 조금 더 해보고 싶어도 시간과 여유, (극 중 아이들을 연기한) 아이들의 상태를 고려해야 했어요. 셋이 똘똘 뭉쳐 뭔가와 싸워 이겨내야 했죠.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 엄지원 언니와 '우리 똑바로 정신 차리고 하자' '언니 화이팅이에요' '감독님 화이팅' 했어요. 결국 잘 나와 다행이죠. 여성의 파워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있었던, 그럴 수밖에 없어 싸워냈던 현장이었어요."

공효진은 여전히 많은 관객들에게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는 '미쓰 홍당무' 현장과 '미씽' 현장을 비교하며 "아마 '미쓰 홍당무'에서보다 '미씽'의 한매가 상황은 더 극한일 것이다. 하지만 '미쓰 홍당무'는 분량이 많기도 했고, 평소에도 계속 인상을 쓰고 '뭔가 잘못됐어'라는 표정으로 앉아있곤 했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지원 언니가 있어 훨씬 마음이 편했어요. 늘 현장에서 언니만 두고 가서 미안했죠. 고생을 언니가 다 했어요. 기댈 언덕이 있으면 편한 것은 맞아요. 그래도 배역은 극한이었어요. 제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어두웠고요. 한매는 방치되다시피 버려진 상태의 여자잖아요. 찍으면서도 진짜 너무 불쌍하고 외롭다 생각했어요. 아마 제가 맡은 역들 중 최고의 극한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또 이런 극한의 캐릭터가 있을까요? 있겠죠?(웃음)"

한편 영화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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