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산이의 '나쁜 년'과 이승환의 촛불집회

[이미영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까지, 답답한 현 시국에 연예계 풍경도 달라졌다. 개그프로그램에 모처럼 정치 풍자와 패러디가 쏟아지고, 스타들의 소신 발언과 촛불집회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가요계는 노래로 '평화 시위' 중이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 울려퍼지는 가수들의 노래는 백마디 말보다 큰 울림이 있다.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온 시민들을 보듬고, 위로하고, 또 응원했다.

가수 산이가 24일 발표한 신곡 '나쁜 년(Bad Year)'은 또 다른 맥락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공감'의 힘은 통했다.

'나쁜 년'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운 현 시국을 헤어진 연인에 비유해 비판하고 있다. 대놓고 저격하는 직설적인 가사와 은유로 가득 찼다.

'하...야...내가 이러려고 믿었나 널 넌/네 입으로 뱉은 약속 매번 깨고 바꿔라 좀 레퍼토리', '그와 넌 입을 맞추고 돌아와 더러운 혀로 핑계를 대/ 넌 그저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였을 뿐이라고', '넌 그저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였을 뿐이라고/병신년아 빨리 끝나 제발 정유년은 빨간 닭의 해다' 등의 가사가 남겼다.

대중에 해석을 맡긴다는 신곡에 네티즌들의 호응이 뜨겁다. '속시원한 가사다' '랩의 라임과 플로우를 제대로 살렸다' '힙합은 저항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여성 비하와 관련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힙합 특유의 날선 가사로 현 시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호응도가 높다. 특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래퍼들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앞서 발표한 가수 이승환과 전인권, 이효리의 국민위로곡 '길가에 버려지다' 또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포털사이트와 음원사이트에 무료로 배포되며 상업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순수한 목적 의식을 담았다.

'길가에 버려지다'는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 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라는 절망적인 가사와 함께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무너지는 이 땅을 지탱할 수 있길 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길' 등 희망을 품어보는 가사가 공존하고 있다.

'길가에 버려지다 파트2'는 장필순과 윤도현, 린, 하동균, 옥상달빛 등 50여개 팀이 참여해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파트2 음원과 함께 공개된 영상은 세월호 유가족,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집회에 참여한 시민 등 총 20여명이 직접 손으로 적은 글씨가 가사로 담겨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교감하며 평화의 '노래 시위'에 앞장 선 가수들도 있다.

가수 이승환과 크라잉넛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3차 촛불집회 문화제 무대에 올라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를 드러냈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자신의 노래 '덩크슛'을 개사해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바꿔 부르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크라잉넛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풍자, "원래 '말달리자'는 크라잉넛 노래였는데, 이러려고 크라잉넛했나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가 달려야 할 곳은 청와대다. 독일이나 이화여대가 아니다"라며 '말달리자'를 불러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승환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25일 콘서트 '물러나SHOW'를 개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다시 한 번 외친다.

지난 19일 촛불집회 행사에는 전인권이 참여해 수십만의 촛불과 함께 노래했다. 이날 행사의 헤드라이너 전인권은 '상록수'를 시작으로 수 만여 시민과 함께 '걱정말아요 그대' '애국가'를 떼창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특히 수많은 시민들이 눈물로 노래한 '애국가'는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산이의 '나쁜 년'과 이승환의 '길가에 버려지다', 그리고 직접 광장에 선 가수들까지, 노래를 통한 다양한 소통으로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국정농단 상태에 들끓는 국민의 분노와 상처, 희망 등 다양한 메시지를 풀어냈고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오늘도 계속 울려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