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레알 마드리드는 꼭 이겨보고 싶네요."
프로와 국가대표팀을 통틀어 어지간한 대회에 나서봤고 최우수선수(MVP), 득점왕도 해봤다. 그런데 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 출전을 앞둔 이동국(37, 전북 현대)의 소망이다.
이동국은 5년 한풀이에 성공했다. 알 아인(UAE)과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내며 2011년 알 사드(카타르)에 승부차기로 패해 울었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1일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동국은 "우승 전 주심의 종료 호각이 울리기 전 벤치에서 지켜보는데 마음이 다급하더라. 뛰는 상황보다 더 압박감이 컸다. 우승을 못 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래도 동료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해서 우승했다. 내년에도 전북이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팀으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올해 놓친 두 개의 우승컵(K리그 클래식, FA컵)을 들 수 있는 상황을 목표로 하겠다"라며 여전한 욕심을 드러냈다.
모든 관심은 클럽월드컵이다. 6강에서 북중미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클럽 아메리카(멕시코)를 이기면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꿈의 대결을 펼친다.
이동국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첫 경기에서 이기면 레알과 경기한다고 들었다. 대부분 그런 상황을 바랄 것 같은데 전북도 세계 최고의 팀과 붙는 것을 기대한다"라면서도 "물론 첫 경기가 중요하다. 멕시코가 상당히 강한 상대고 우리가 입때껏 싸웠던 팀과는 다른 스타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첫 경기 잘 치르는 것에 집중해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 경기를 이긴다면 대회 마지막 날까지 있지 않은가. 레알을 만나면 대등하게 치러보고 싶다"라는 열망을 표현했다.
자신감도 있다. 전북은 올해 UAE 전지훈련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연습 경기로 시작했다. 1-4로 졌지만, 이동국이 골맛을 봤다. 그는 "도르트문트와 첫 경기를 했었다. 첫 골도 넣었다. 레알을 상대로도 넣고 싶다"라며 골을 예고했다.
이동국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류의 목표를 묻는 질문은 식상하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등장해 희로애락을 다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선수 생활 동안 무엇을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월드컵에 나가볼까"라며 웃은 뒤 "물론 그 전에 은퇴할 수 있다"라며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2008년 미들즈브러(잉글랜드)에서 적응에 실패하며 성남 일화로 유턴했지만, 방출 수모를 겪었던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팀은 전북이었다. 2009년 전북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자신도 부활에 성공했고 올해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첫 입단 당시와 지금의 전북은 많이 달라졌다. 클럽하우스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이제는 전북이 전라북도를 상징하는 팀이 됐다. 전주하면 비빔밥이 아닌 축구를 생각나게 하고 싶다는 인터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이 조금씩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축구의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에 있어 내 역할도 조금 있어서 기분이 좋다.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만 봐도 기분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색상도 녹색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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