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BO리그는 35살의 나이로 2016 시즌을 맞았다. 10구단 체제로 치러진 2번째 시즌. 사람으로 치면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KBO리그는 다양한 얼굴로 팬들을 맞아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정규시즌이 막을 내린 지 2개월, 한국시리즈 우승컵의 주인공이 가려진 지 1개월이 지났다. 뜨거웠던 함성을 뒤로하고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인 2016년의 끝자락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를 5가지 키워드로 돌아봤다.
◆'왕조의 교체'…삼성의 몰락과 두산의 부흥
영원한 것은 프로야구에도 없다. 끝나지 않을 것만 삼성 라이온즈 왕조가 몰락했다. 삼성이 물러난 자리에는 두산 베어스가 새로운 집을 짓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두산 왕조 시대다.
역사 속 표현을 빌리자면 올 시즌은 삼두교체기, 삼말두초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타이틀을 내줬던 삼성은 올 시즌 9위에 그치며 왕조의 명성에 금이 갔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4연패(2011~2014), 정규시즌 5연패(2011~2015) 업적은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반대로 두산은 올 시즌 통합우승에 성공하며 새로운 왕조로 급부상했다. 향후 몇 년 동안은 계속해서 리그를 주도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의 주역들이 전성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는 사실이 두산의 진짜 무서운 점이다.
◆'빛과 그림자'…800만 관중과 승부조작
올 시즌 KBO리그는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확고한 자리를 굳혔다는 증거. 그러나 승부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빛과 그림자가 뚜렷했던 시즌이다.
올 시즌 총 관중 수는 833만9천577명. 역대 최다 관중이던 지난해 기록(736만530명)보다 약 100만명이 더 야구장을 찾았다. 최악의 폭염과 리우올림픽이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KBO리그의 관중 행진을 막아세우지 못했다.
승부조작으로 인한 충격도 컸다. NC 다이노스의 이태양을 시작으로 선수 여럿이 뉴스란을 장식했다. NC의 구단 관계자들은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은폐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승부조작 외 음주운전, 음란행위 등의 소식도 800만 관중의 기쁨을 반감시켰다.
◆'뜨거운 5강'…LG와 KIA가 최종 승자
10구단 체제에 따라 지난해부터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올 시즌도 프로야구의 흥행을 이끌었다. 시즌 막판까지 4,5위의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이어졌다. 최종 승자는 4위 LG 트윈스, 5위 KIA 타이거즈였다. SK 와이번스는 아쉽게 6위로 탈락. 우승후보로 꼽혔던 한화 이글스는 7위에 머물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설 두 팀은 10월 초 사실상 정해졌다. 그러나 LG와 KIA는 4위 자리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결국 1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던 10월6일, LG의 4위와 KIA의 5위 확정됐다. LG가 롯데 자이언츠를 꺾고 KIA는 삼성에게 패한 결과였다.
4,5위를 차지한 LG와 KIA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명승부를 연출했다. KIA가 1차전에서 헥터를 앞세워 승리를 거뒀고, LG는 2차전에서 류제국의 역투를 바탕으로 승리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KIA는 비록 2경기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5년만의 가을야구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니퍼트와 최형우'…투타 최고의 활약
개인 성적으로는 니퍼트와 최형우가 올 시즌 최고의 선수였다. 니퍼트가 투수 부문, 최형우가 타자 부문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냈다. 두 선수 모두 개인 타이틀 3관왕을 차지했다.
니퍼트는 다승(22승)과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동안 쌓인 '무관의 한'을 풀었다. 최형우는 타율(0.376)과 타점(144개), 최다안타(195개) 부문 1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MVP 수상을 놓고 맞붙었다. 결과는 니퍼트의 승리. 니퍼트는 차등 점수제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치러진 투표에서 816점 만점에 642점을 획득, 530점을 얻은 최형우를 제치고 MVP에 올랐다. 하지만 최형우도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사령탑 물갈이'…4명 한꺼번에 물러나
시즌 종료 후에는 사령탑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삼성, kt 위즈 등 무려 4개 구단이 새로운 사령탑을 맞았다. 한화 이글스도 김성근 감독의 거취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유임을 결정했다.
넥센은 계약기간 1년이 남아 있던 염경엽 감독이 떠나자 '초보' 장정석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SK는 김용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외국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삼성은 류중일 감독에게 기술고문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안기며 김한수 감독을 선임했다. kt는 김진욱 감독이 조범현 감독의 빈자리를 채웠다.
칼바람 속에서도 입지를 굳힌 사령탑들도 있다. 정규시즌 중 재계약이 확정된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뒤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인 3년 총액 2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경문 NC 감독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인정받아 3년 20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