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는 월드컵 최종예선은 준비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중국전 대책은 '빈손'이나 다름 없었다. 플랜A와 B를 만들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속수무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날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6차전에서 중국에 0-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줄기차게 중국 수비를 공략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하는 볼 점유율에서 64.3%-35.7%. 패스 시도 514-264 등으로 앞섰지만, 영양가로만 따지면 전혀 효율적이지 않았다. 한 번의 코너킥에서 결승골을 만들어낸 중국과 크게 비교됐다.
슈틸리케가 꺼낸 수는 모두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에게 읽혔다.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기록한 각팀의 히트맵(활동 영역 표시)을 봐도 중국은 한국 페널티지역 안의 색은 연한 녹색이었다. 거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오히려 자기 진영에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빨간색이 자기 진영에 훨씬 많았다.
이는 이탈리아 빗장수비에 능한 리피 감독의 전략이었다. 역습 전개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의 수준을 고려해 세트피스에서 한 방을 노린 뒤 자리를 지켜 한국의 답답함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보였다.
반면 한국은 미드필드 좌우 측면이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측면을 줄기차게 팠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 수비진영 활동영역이 16.7%에 불과한 것에 비해 중국이 31.0%나 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중국의 그물에 걸린 한국은 후반 시작 후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 현대)을 내세웠지만 이 역시 리피가 알 수 있는 뻔한 카드였다. 중국은 일대일 대인방어와 지역방어를 적절히 섞어 가며 김신욱의 고립에 집중했고 성공했다. 좌우 측면에서 의미없는 가로지르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도 슈틸리케의 선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오히려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입하면서 고명진(알 라얀)을 빼 중앙의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기성용은 답답하면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슈팅을 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날도 두 차례 슈팅이 정청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고명진이 빠진 후 수비 부담만 가중됐다. 공격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구자철까지 공격 전개를 어렵게 만들었다.
가장 황당한 장면은 후반 38분 허용준(전남 드래곤즈)의 투입이었다.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는 허용준을 내세운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고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뽑은 신예를 긴장감과 부담이 큰 경기에 어떻게든 활용해보겠다는 의지였다. 선수 선발과 투입이 감독 고유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최종예선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상 허용준이 등장했어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최종예선 내내)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하나는 도대체 무슨 축구를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또, 상대가 어떤 전술을 나오느냐에 따라 효과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너무 약하다. 두 가지 문제점이 중국전에서 모두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주헌 MBC SPORTS+ 해설위원은 "결과적으로 오판이다. 전술도 없는 데다 최종예선인데도 선수들의 신선함이 없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을 지향하는 팀인데 이런 식으로 간다면 2014 브라질월드컵과 같은 상황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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