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부산 동성고 시절부터 '에이스'라는 호칭이 이름 뒤에 붙었다. 배구 명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경기대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문성민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소속팀의 우승이다. 문성민은 경기대 시절 신영석(현대캐피탈) 황동일(삼성화재) 등과 함께 막강 트리오를 구성했다. 하지만 당시 김요한(KB손해보험) 유광우(삼성화재)가 버티고 있던 인하대가 우승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문성민은 독일과 터키리그를 거쳐 지난 2010-11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과 인연은 V리그에서도 쉽게 닿지 않았다. 문성민 입단 이후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에 두 차례 진출했지만 각각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힌항공과 2016-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과 문성민은 숙원을 풀었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통산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문성민은 신영석의 블로킹이 성공하며 소속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코트 바닥에 쓰러지며 얼굴을 감싸줬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팀 동료들이 문성민을 일으켰고 그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을 부둥켜 안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문성민은 시상식 후 "정말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먹먹하다"며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정말 많이 울었다. 선, 후배 등 팀 동료들 덕분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문성민은 늘 따라다니던 '무관의 제왕', '큰 경기에 약한 에이스'라는 꼬리표를 뗐다.
그는 이날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다. 문성민은 "사실 조금 힘이 들긴 했다"며 "하지만 4세트는 달랐다"고 웃었다. 문성민은 1~3세트에서 강타보다 연타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 그는 현대캐피탈 우승이 결정된 4세트에서 팀내 가장 많은 6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날 공격성공률은 39.22%로 썩 좋지 않았지만 블로킹 2개와 서브에이스 1개를 포함해 23점을 올리며 현대캐피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토종 에이스로 제 몫을 충분히 한 것이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코트에 엎드려 울고 있는 문성민을 바라본 최 감독은 "(문)성민이가 그렇게 울줄은 몰랐다"며 "이제는 우승을 어떻게 하면 차지하는 것인지 그런 느낌을 성민이도 알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코트에 나와 경기를 뛰는 지에 대해서도 그렇다. 다음 시즌 더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문성민과 최 감독은 우승 공약을 이행할 일만 남았다. 문성민은 지난달 15일 열린 V리그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만약 우승을 차지한다면 감독님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고 싶다"고 했다.
최 감독은 "성민이도 바라고 있으니까 꼭 보러 같이 가겠다"도 웃었다.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챔피언스리그 남자부 결선리그(파이널4)는 오는 29∼30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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