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옥자'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안서현이 소감을 알렸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인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의 한국 취재진 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의 첫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동물 옥자의 이야기다.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자, 미자는 할아버지(변희봉 분)의 만류에도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극 중 안서현은 미자 역을 맡았다. 아역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그는 나이가 무색한 존재감으로 '옥자'의 핵심 서사를 이끌었다. 영화가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옥자'의 주연 배우인 안서현은 14세의 나이에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영화제에서 '옥자'를 첫 공개한 소감을 묻자 안서현은 "어제 칸에서 옥자가 처음 보여졌는데, 극 중의 미자 입장에서 10년 간 애지중지 잘 키운 옥자를 보여드리는 느낌이었다. CG인 옥자가 아니라, 내가 진짜 키우는 옥자를 보여드린 느낌이다. 미자 입장에서 보는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기대하지는 않는지 묻자 겸손한 답을 내놨다. 안서현은 "봉 감독님의 '옥자' 덕분에 칸에 왔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영광스러운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을 못했던 일"이라며 "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영광스럽지만 아직 받으면 안된다고 해야 할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차분히 답했다.
영화 속 미자와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에 비슷한 면이 있는지 묻자 안서현은 "미자가 평상시 저와 닮은 점이 꽤 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조금 더 나는 이랬을 것 같은데 미자도 왠지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미자의 특징을 감독이 정확하게 뽑아주셔서 훨씬 연기하기 수월해졌다. 봉준호 감독 덕에 미자 연기가 훨씬 잘 나온 것 같다"고 완성도 높은 연기의 공을 감독에게 돌렸다.
영화에서 미자는 사라진 옥자를 찾기 위해 맨 몸으로 고군분투한다. 숨차게 산길을 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절벽 끝과 트럭에도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이에 대해 안서현은 촬영을 준비한 것에 비해 많은 액션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대본을 보면 액션 신이라 할 만한 것이 많아 처음에 걱정이 많았다"며 "아무래도 이 정도 양의 액션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대본 상으로 미자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래서 마음을 굳게 다잡고 촬영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감독이 너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준비하고 연습한 것보다 실제 촬영한 양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CG로 만들어진 크리쳐 옥자를 상상하며 감정 연기를 펼친 과정도 들을 수 있었다. 안서현은 "실제로 랑이라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센터 시설에서 키워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을 보고 오는데 촬영 중에는 못 봤다"며 "그래서 랑이에 대한 감정을 옥자에게 많이 대입했다"고 설명했다. 친오빠의 모습이 옥자와 닮아 오빠의 성격을 참고했다고도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실제로 우리 오빠가 옥자와 닮은 면이 매우 많다"며 "크기도 그렇지만 푸근하고 저와 소통하는 느낌이 그렇다. 강아지와 오빠를 합쳐서 옥자를 동생 같은 느낌으로 쭉 생각해왔던 것 같다"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배경을 알렸다.
그런가하면 봉준호 감독은 안서현이 갖춘 시나리오 분석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안서현의 내공이 '옥자'의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도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진실을 말씀드리면 이 배우는 처음 '옥자'를 하러 왔을 때부터 준비돼 있었다"며 "처음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하고 나서는 배우가 어떻게 읽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나. 그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데 딱히 내가 설명할 것이 없을 만큼 작품에 대한 해석을 스스로 했더라. '역시 중견배우답구나'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미 시나리오를 훌륭히 분석한 안서현 앞에서 오히려 자신이 재롱을 떨었다는 것이 봉 감독의 이야기다. 감독은 "이후 촬영장에서 벌어진 현상은 내가 뭔가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안서현은 카메라 앞에서 준비하고 있고 내가 다양한 형태로 재롱을 떨고 있었다"며 "안서현은 아마 '왜 이러시지' 하며 보고 있는 양상이었을 것"이라고 재치있는 답을 이어갔다.
안서현을 가리켜 "담대하고 침착한 친구"라고 말한 봉 감독은 "실제 집에서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미자다운 면이 있다. 미자 역이 툭 하면 우는 공주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약간은 투박하면서 한국 시골에서 풀섶에 잠들어 있다가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옥자'는 오는 6월29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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