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26년 전 한국을 대회 탈락으로 몰았던 포르투갈의 에밀리오 페이세 감독이 정반대의 상황에서 악몽을 재연하며 한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페이세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 16강 한국과 경기에서 전반 터진 샤다스의 두 골과 브루누 코스타의 득점으로 이상헌이 1골을 만회한 한국에 3-1의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개최국 한국은 16강에서 진격을 멈춰야만 했다.
26년 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코리아가 경험한 '악몽'을 천안에서 재연한 페이세 감독이다.
페이세 감독은 1991 FIFA U-20 월드컵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회에 출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말 그대로 맹활약이었다. 그 뿐 아니라 루이스 피구, 주앙 핀투 등 2002 FIFA 한일월드컵에서도 뛰었던 선수들도 이 대회에 출전해 포르투갈을 이끌었다. 그야말로 포르투갈의 '황금세대'로 일컬어지는 세대다.
당시 포르투갈은 A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남북한 단일팀(코리아)을 상대해 전반 42분 파울로 토레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남북한 단일팀을 1-0으로 꺾었다. 3만8천여명이 꽉 들어찬 에스타디오 다 루스에서 홈 관중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기분 좋게 조별예선을 3연승으로 마감했다.
결국 이 경기가 두 팀의 명운을 갈랐다. 포르투갈은 기세를 몰아 멕시코, 호주,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반면 한국은 직후 포르투에서 열린 브라질과 경기에서 훗날 분데스리가 최고선수 반열에 오르는 지오반니 에우베르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1-5로 대패, 무기력하게 대회를 마감해야했다.
이날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당시와 정반대의 상황에서 열렸다. 한국은 천안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3만5천명의 관중들의 높은 관심 그리고 뜨거운 기대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포르투갈을 응원하는 팬들은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포르투갈이 위험지역에서 공을 잡을때마다 야유가 넘쳤다. 원정의 부담감이 포르투갈을 엄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페이세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은 한국의 공격력을 짜임새있는 수비로 막으면서도 조별예선 동안 강점으로 뽑혔던 측면 후방 침투 능력을 최대한 살려 공격을 이어갔다. 전반에만 두 골을 터뜨렸고 후반 내내 여유롭고 실리적인 경기 운영으로 홈 팀을 물리치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도 포르투갈의 2선 침투를 경계하며 나름의 대비책을 강구했다. 이상헌의 추격골도 터지면서 극적인 반전도 노렸다.
하지만 두 골 차를 뒤집지 못하며 홈에서 분루를 흘렸다. 결국 26년 전 악몽이 재연된 셈이다. 당시 선수로서 한국을 괴롭힌 페이세는 감독으로서도 한국의 뒷덜미를 낚아채며 '코리아 킬러'의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조이뉴스24 천안=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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