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어린 선수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34, 수원 삼성)은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빛나고 있다.
염기훈은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7분 고승범의 골을 도우며 리그 7호 도움을 기록했다. 조나탄이 왼쪽 측면에서 가로지르기를 시도하자 넘어지며 슈팅을 하려던 것이 옆으로 흘러 고승범에게 갔고 그대로 골이 됐다.
염기훈 덕분에 수원은 3-2로 이기며 리그 두 번째 3연승과 승점 36점으로 함께 3위로 올라섰다. 2위 울산 현대(38점)와는 2점 차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방문했다. 이동국(38, 전북 현대)과 염기훈 등 30대 중반이 넘어간 선수들을 언급하며 "충분히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다"며 자극했다.
절묘하게도 신 감독의 발언 이후 염기훈은 지난 1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1골 1도움을 하고 이날도 1도움을 해내는 등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7도움으로 도움 부문에도 김영욱(전남 드래곤즈)에 경기당 도움에서 밀렸을 뿐이다.
서정원 감독은 "(신 감독이) 염기훈을 관찰하러 왔다면 당연히 스스로도 자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아도 잘했겠지만, 더 잘하리라 본다"며 염기훈의 A대표팀 승선을 기원했다.
오히려 서 감독은 "노장이라는 표현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나는 30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했는데 '할아버지' 취급을 받아야 한다"며 "과학적으로 선수를 관리하기 때문에 선수 생활 기간도 당연히 늘어났다. 아직 멀었다. 팔팔하게 뛰는 것이 가능하다. (염기훈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며 염기훈이 젊은 선수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년 연속 도움왕에 도전하고 있는 염기훈이다. 통산 100도움에도 5개 남았다. 현재까지 지난해 도움(15개)의 절반을 했다. 그는 "동료들이 될 사람은 된다고 하더라. 의도치 않은 도움을 했다"며 웃었다.
팀이 뭉치면서 자신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염기훈의 진단이다. 그는 "플랫3 수비를 하면서 끈끈해졌다. 공격수들이 수비 부담이 줄면서 공격에 더 힘을 주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염기훈의 생각이다. 특히 신 감독의 말에 대해서도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됐다. 전에는 팀에서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경기력만 좋은 선수를 뽑겠다고 하니 나도 (A대표팀에) 들어갈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그라운드에서 한 발 더 뛰게 되더라. 볼을 뺏기지 않고 연결하려고 하더라"고 변화된 자신을 소개했다.
노장 소리를 들어가는 나이지만 염기훈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회복 속도가 늦을 뿐이다. 경기장에서의 체력 운동 등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기가 더 생긴 염기훈은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A대표팀 명단 발표까지) 시간이 있어서 부상을 조심하려고 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벤치의 교체 선수들도 충분히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장 대신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더 좋다는 염기훈은 "베테랑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다"며 프로 경력 11년의 노련함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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