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영화 '청년경찰'이 올 여름 대미를 장식하는 흥행작이 될 수 있을까. 2017년,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서는 영화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일찍부터 대작들이 예약돼 있었다. 기대작들에 가려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청년경찰'이 언론배급 시사회로 첫선을 보인 뒤 호평 릴레이를 받고 있다. '청년경찰'은 올 여름 극장가의 복병, 비밀병기다.
'청년경찰'(김주환 감독, 무비락 제작)은 믿을 것이라곤 전공 서적과 젊음뿐인 경찰대생 기준과 희열이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배우 박서준은 먹을 것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20대 초반 남학생이지만 상남자다운 매력도 가진 기준을, 배우 강하늘은 원리원칙을 중시하지만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똑똑한 허당의 매력을 지닌 희열을 연기한다.
'청년경찰'은 두 주연 박서준과 강하늘이 이끄는 청춘물이다. 박서준과 강하늘은 충무로에서 떠오르는 블루칩이지만 극장가에서 경쟁하는 '군함도'의 배우 황정민과 '택시운전사'의 배우 송강호처럼 티켓 파워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아니다. 게다가 '청년경찰'은 이들이 처음 호흡을 선보인 작품. 메가폰을 잡은 김주환 감독은 신인 감독으로 장편 상업영화는 '청년경찰'이 처음이다. '청년경찰'은 흥행 보증 수표가 없는 영화였다.
오히려 약점이 강점이 됐다. 스크린의 대배우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강하늘과 박서준은 그들만이 내세울 수 있는 '청춘'을 무기로 삼았다. '청년경찰'은 20대 청춘만이 연기할 수 있고 그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에너지가 발산된다. 구레나룻에 목숨 걸고 소시지 하나에 친구가 될 수 있는 청춘들. 일반 시사회가 끝난 후 한 관객이 말한 것처럼 '청년경찰'은 보는 이들을 젊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올 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한국 코미디 장르라는 것도 '청년경찰'만의 강점이다. 경쟁작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택시운전사'는 우리나라의 아픈 현대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 이들 영화와 비교해 '청년경찰'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자칫 기준과 희열이 마주한 사건이 극을 무겁게 이끌기도 하지만 여기에서마저도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특히 박서준과 강하늘의 '덤앤더머' 호흡은 영화의 밝은 분위기를 책임지는 핵심 요소. 행동파 기준과 두뇌파 희열의 극과 극 캐릭터는 '덤앤더머'를 연상케 한다. 때로는 '빙구' 같고 '병맛'처럼 느껴지는 풋풋한 두 청년의 대화는 보는 이들을 어느새 웃음 짓게 만든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핑퐁 같은 대화는 편안한 분위기까지 선사한다. 지난 7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서준은 "촬영 중후반으로 갈수록 감독님이 상황에 저희를 놓고 풀어놓았다"고 밝혔다. '청년경찰'은 박서준과 강하늘이 선보인 자연스러운 덤앤더머 호흡을 편하게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배우 성동일과 박하선은 극의 안정감을 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학교에서 수사에는 '열정, 집념, 진심'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준과 '피해자, 물품, 현장'을 강조하는 희열이지만 막상 마주한 실제 사건은 이러한 원칙들로만 해결하기엔 힘에 부친다. 그럴 때마다 양 교수(성동일 분)는 현실적인 조언을, 주희(박하선 분)는 깊은 속내를 가진 선배로서 도움을 준다. 특히 박하선이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청년경찰'에서 선보이는 군기 잡는 카리스마 선배 연기를 비교하는 것도 영화의 재밌는 요소다.
박서준은 "숨이 턱까지 차고 체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진짜 죽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강하늘은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스톱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계속 달릴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겨울을 배경으로 쉼 없이 달리는 기준과 희열의 모습은 보는 내내 시원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화려한 볼거리, 압도적인 스케일,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릴 유쾌·상쾌·통쾌한 영화다. '청년경찰'은 한여름 극장가에서 알짜 흥행을 예약했다.
러닝타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오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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