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방법이 있나요. 최선을 다해 뛰는 거죠."
참으로 기묘한 인연이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FA컵 8강전에서 만나는 수원 삼성-광주FC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원과 광주는 지난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로 만났다. 당시 결과는 후반 39분 장호익의 가로지르기를 받은 조나탄의 헤더가 골망을 가르며 1-0 수원의 승리였다. 조나탄은 리그 19호골로 득점 1위를 유지했다.
그런데 나흘 뒤 재회라는 운명이 만들어졌다. FA컵 8강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게 된 것, 그야말로 서로 난감한 상황이다. 전남 드래곤즈-부산 아이파크(챌린지), 성남FC(챌린지)-목포시청(내셔널리그), 울산 현대-상주 상무 등의 흥미로운 대진도 있지만 성격이 다른 대회에서 곧바로 겨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올해 리그에서는 세 번 만났다. 수원이 2승 1무로 앞선다. 홈에서 0-0으로 비겼고 원정에서 3-0으로 이긴 뒤 25라운드를 또 챙겼다. 지겹도록 만났는데 FA컵에서 또 보게 됐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가 됐다.
수원이나 광주 모두 FA컵 8강전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부담스러운 경기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수원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광주는 팀 창단 첫 4강 진출에 도전한다.
양팀의 스쿼드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두껍지 않다. 수원은 25라운드에서 주전 수비수 매튜 저먼과 미드필더 다미르 소브시치, 김종우 등이 지난 광주전 벤치에 있었지만 출전하지 않았다. 염기훈은 후반 45분만 뛰었고 신예 유주안도 30분 정도를 소화했다.
광주는 완델손, 송승민, 주현우 등 공격진을 모두 동원했다. 그나마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나이얼 맥긴은 수원전을 대비해 휴식을 취했고 조커 조주영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서로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수원은 12일 26라운드 홈경기로 라이벌 FC서울과 슈퍼매치를 앞두고 있다.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올해 서울에 1무 1패로 열세라 날을 세워 나서야 한다. 주전급을 가동해야 하는 FA컵 8강이 괜스레 미울 수밖에 없다.
광주도 비슷하다. 13일 홈에서 대구FC와 승점 6점의 가치를 지닌 경기를 한다. 광주는 승점 19점으로 꼴찌다. 대구(23점)는 클래식 잔류 마지노선인 10위에 있다. '달빛 더비'라 불리는 두 팀의 겨루기는 비슷한 순위권에 있어 소위 '승강 매치'로 불린다. 대구전을 놓친다면 치명적인 상황 발생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수원은 같은 팀과의 연전 경험이 꽤 있다. 지난 2013년 7월 10, 1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2연전을 치렀다. 10일은 FA컵 16강으로 1-0으로 이겼다. 그러나 13일 정규리그에서는 1-2로 졌다.
지난해 7월 13일에는 홈 2연전이었다. 성남FC와 FA컵 8강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4강에 올랐다. 이어진 정규리그는 1-2로 졌다.
당시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수원 관계자는 "올해는 앞에 정규리그를 이겨 놓았기 때문에 FA컵을 놓치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두 동원하고 있다. 선발진과 후보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아 기대감이 있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고 누가 나가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4강 진출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광주는 일단 물고 늘어져 보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승리하면 최상의 결과지만 연장전이나 승부차기로 탈락은 손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광주 관계자도 "일단 승부는 냉정하게 하려고 한다. 여기(8강)까지 왔는데 4강에 가지 말란 법도 없고 과감하게 도전한다"고 말했다.
선수 구성과 서정원, 남기일 두 감독의 치밀한 전략에 연결되는 정규리그까지 복잡하게 얽힌 FA컵 8강전이다. 득점 기계 조나탄을 꽁꽁 묶다가 막판에 골을 내줬던 장면을 다시 찍을지, 또는 광주가 큰 일을 저지를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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