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1-7,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전설' 이승엽의 마지막 두산과 경기였지만 승리로 장식하지 못했다. 이승엽 본인도 대타로 들어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는 등 아쉬움이 남았다.
팀은 1-7로 대패했지만 단 한 명의 선수가 빛났다. 이날 경기 삼성의 7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때려낸 이현동이었다. 그는 이날 데뷔 첫 안타 그리고 멀티히트로 한줄기 희망이 됐다.
지난 2012년에 데뷔한 그가 첫 안타를 때리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원래 타자로 데뷔한 것이 아니라 투수로 데뷔한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광주일고 재학시절 팀의 에이스 우완투수 겸 4번타자였다. 2010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타점상과 수훈상을 휩쓸 만큼 타격 재능을 갖췄다.
2012년 삼성에 투수로 지명됐지만 직전 당한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질적인 어깨 통증에 시달렸고 경찰청 야구단에서 복무하던 시절에도 낫지 않았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과거 뛰어났던 타격감은 어디 가지 않았다. 올 시즌 퓨쳐스에선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125타수 50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6월 17일엔 1군에도 콜업돼 생애 첫 1군 타석에 섰다. 이 경기에선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에겐 잊을 수 없는 타석이었다.
이후 9월 확대엔트리 시행 이후 다시 1군에 복귀한 그는 두산전에서 홀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8회말엔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1-7로 뒤진 8회말 1사 1루 상황서 오재일의 타구를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그는 4일 '조이뉴스24'와 전화 통화에서 이날 경기를 되돌아봤다. 이현동은 "처음 안타치고 기분이 좋다고도 못 느낄 만큼 정신없이 했던 것 같다"면서 얼떨떨했던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긴 했지만 게임을 지니까 기분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팀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그는 타자 전향을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표현했다. "군대에서도 계속 어깨가 아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는 말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그러나 9개월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자신에게 따라붙을 '전향'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남몰래 피나는 노력도 거듭했다.
그는 "타자로서 공백기간이 있으니까 그걸 메우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강봉규 삼성 육성군 타격 코치와 김정훈 타격코치가 해주는 조언도 받아들였고 남아서 연습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자로 바꾼지 얼마 안됐으니까 이 정도'라는 말은 듣기 싫었다. 나도 똑같은 프로고 똑같은 선수다. 나 스스로도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더 노력하고 있다"면서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제일 존경하는 선수는 "당연히 이승엽 선배"라는 이현동. 그는 "(이승엽을) 굉장히 존경한다. 그렇게 전설적인 선수이신데 항상 겸손하고 늘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을 받는다"고 전설적인 대선배를 향한 예우를 확실히 갖췄다.
남은 시즌 그리고 앞으로 타자로서의 목표를 묻자 그는 대뜸 팀 선배인 윤성환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현동은 "얼마전 윤성환 선배가 한 인터뷰를 봤다. 그때 (윤성환) 선배가 '오늘만 산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좋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말이) 야구선수에겐 정말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제 막 타자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은 이현동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당장 타자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각오는 누구보다 뜨겁다. 그가 하루하루, 매 타석과 수비에서 내뿜는 열정을 지켜보는 것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 될 듯하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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