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상대적으로 제 기준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많이 흔들렸어요. 인기를 위해 발악도 하고 발버둥도 쳤죠. 이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어요."
데뷔 16년차 가수 휘성의 솔직한 고백이다. 대중들이 사랑하는 목소리, 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는 가수의 자부심보다 자기 반성이 앞선다. "운이 좋아 지금껏 살아남은 것 같다"는 휘성이 "나를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가수 휘성이 23일 정오 새 싱글 '아로마'로 컴백했다. 독립 레이블 리얼슬로우컴퍼니를 설립하고 처음 발표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가슴 뛰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휘성은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들고 팬들을 찾았다.
국내 가요계에서 휘성의 위치는 확고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알앤비 보컬리스트' '알앤비 황태자'라는 수식어를 가질 만큼 흑인 음악의 감성을 잘 표현해왔다. '안되나요' '위드미' '불치병' '일년이면' 등 휘성이라 가능했던 노래들로,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6년은 그래서 충분히 '가치있는' 날들이었다고 자랑할 법도 한데 휘성은 그러지 않았다. 휘성은 "좋았던 날들도 있고, 별로였던 날들도 있다. 희로애락이 있었다. 찡찡대고 투정도 부렸고, 잘 버티지 못했는데 감사하게 살아남았다"고 돌이켰다.
음악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외부 기준'에 흔들렸다는 휘성은 "나스러웠던 음악은 많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위드미'와 '인썸니아'가 왜 잘됐지라고 생각해보면 그 때는 나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불치병' 때부터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 주저했던 것 같아요. 매출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죠."
"발악할 만큼 발악했고 또 그만큼 얻었어요. 인기를 얻어보려고도 했고 나름 내 수준만큼 애썼던 것 같기도 해요. 내 기준에 맞춰 살았을까, 외부의 기준에 휘둘려서 살았을까. 굳이 따지면 외부 기준에 많이 흔들렸어요. 그게 지겨웠어요. 이제는 내 힘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독립 레이블인 리얼슬로우컴퍼니(Realslow Company)를 설립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누군가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었다. 가장 휘성다운 삶과 음악을 만들어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R&B, 슬로우 잼, 네오 소울 등 다양한 흑인음악 장르를 가장 휘성답게 완성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독립 레이블을 구상한 지는 꽤 됐다. 휘성은 "어느 정도 정비가 될 때까 기초 공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인가' 의심하면 안된다"고 했다. 최근 대중음악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며 결심이 섰다.
"제가 지금까지 들고 나왔던 곡들이 의도가 보이는 곡들이었어요. 나를 덜 다듬더라도 인기를 위한 곡이요. 이제는 대중성의 코드가 많이 변화했어요. '대체할 수 있는게 없는가. 얼마나 그 자신인가'가 중요해요. 아티스트들의 실력들도 상향 평준화 됐어요. 아마추어들도 좋은 발성에, 좋은 연습 환경을 갖출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창작 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없어요. 이제는 다르지 않으면 대중성이 없어요. 이런 고민은 진작부터 했었는데 다만 '내 생각이 틀렸나' 확신이 없었죠."
휘성은 "인간은 독립을 해야 비로소 사회적인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몸은 힘들고, 모르는 것에 발 디딛는 것은 어렵다. 이제 막 지도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인기도, 경제적인 부도 누려봤던 휘성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만족을 추구하고 싶었다. "가슴 뛰는 음악"을 위해 비로소 첫발을 내딛었다. 휘성은 "리얼슬로우컴퍼니 안에서는 슬로우잼이라는 장르를 하고 싶다. 알앤비 음악의 분위기를 느리게 가면서, 섹슈얼한 코드의 가사들로 이루어진 곡이다. 몇 번 시도는 했는데, 이제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인데 보편 대중적인 것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 유니크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전 후자를 택한 것 뿐이다"라고 뚜렷한 주관을 드러냈다.
신곡 '아로마'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휘성이 세상에 내놓는 첫 노래다. 휘성의 보컬과 래퍼 해쉬스완의 독특한 래핑이 담겨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쉬스완과의 작업은 인상적이었다.
"'아로마'를 표현하기 위해 유니크한 플로우, 음색, 가사가 필요했어요. '쇼미더머니5'에서 해시스완이 인상 깊었죠.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 사이퍼미션도 그렇고. 자이언트가 '한 번 더 들려줄 수 있어요'라고 했을 때 애써 발악하는 모습이 안 보이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보이는 삶이 이상적인 삶이었다고 해야하나. 노래를 부탁했을 때 너무 흔쾌히 답해줬죠. 자신이 만들고 싶은 포트폴리오가 있는데, 감사하게도 그 포트폴리오 안에 제가 들어가있었죠."
신곡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가늠할 수 없지만, 결과를 떠나 큰 만족도를 얻은 작업이었다. 휘성은 "보편적 가수의 수준이 아니라 내 수준에서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내 마음에 안 드는 곡을 낸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원하는 음악이라 만족도가 높아"고 말했다.
휘성은 '아로마'를 시작으로 매달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11월과 12월에 발표할 곡들도 벌써 정해졌다. 음악 공백기를 지난 그는 "앞으로 게으르지 않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 삶을 내가 살고자 하는 삶으로 살고자 한 이상, 많이 하면 할수록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고 웃었다.
"앞으로 장르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다른 것을 가지고 와서 믹스해서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내 안에서 완전한 음악을, 순수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장르를 만들고 싶어요. 1위라는 수치적인 목표를 떠나, 더 거대한 욕심이죠. 내 삶 전반의 질을 위한 거대하고 원초적인 욕심이죠. 제가 하고자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부지런히, 재미있게 해볼 생각입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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