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요즘 제가 연기하는게 재미있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전에는 얄팍하게 보였다면 깊게 보여요. 이제서야 연기의 방향성을 조금 알 것 같아요."
불과 한 달여 전이었다. 배우 김주혁이 드라마 '아르곤' 종영을 맞아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쏟아진 연기 호평에 무심한 표정으로 받아치고, "연기하는 재미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하던 배우. 올해로 데뷔한지 딱 20주년이 됐다며 "재미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활짝 웃던 배우. 김주혁이 세상에 졌다.
김주혁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사망했다. 김주혁은 사고 직후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와 팬들도 충격에 빠졌다.
1972년생으로 올해 45살인 김주혁은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연기자로 활약한 아버지 고 김무생 씨의 아들로 주목 받았으나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으로 인정 받았다.
드라마 '무신'과 '구암허준' 등 안방극장에서 선굵은 작품에 출연해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영화 '싱글즈'와 '광식이동생 광태' '청연' '사랑따윈 필요없어' '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비밀은 없다' 등 로맨스 작품을 통해 따뜻한 매력으로 사랑 받았다. 올 초에는 영화 '공조'와 '석조주택 살인사건'에서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다. 불과 이틀 전 김주혁은 제1회 서울어워즈에 참석해 영화 '공조'로 남자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도 출연, '구탱이형'이라는 캐릭터로 인간미 넘치고 친숙한 매력도 보여줬다. 인터뷰 때마다 '1박2일' 멤버들을 언급할 만큼 정 넘치는 배우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김주혁의 마지막 작품은 최근 종영한 tvN '아르곤'이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주혁은 아르곤의 수장 김백진 역을 맡아 팩트를 중시하는 냉철한 앵커 캐릭터는 물론, 팀원들의 마음을 보듬을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드라마 직후 김주혁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의 연기관, 향후 계획을 들려줬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이라는 김주혁은 다작을 하는 이유를 묻자 "요즘 연기하는게 재미있다"라고 했다.
김주혁은 "'연기는 이런 것이다'는 모르겠고, 연기를 한다면 이렇게 가야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본 것 같다. 아직 그 길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 느낌이 든지 한 2,3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데뷔 20주년을 언급하며 "다른 것에 흥미가 없어 한 우물을 파다보니 20년이 됐다. 올해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 20주년에도 연기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을 하던 배우.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흥부'가 그의 연기 고민과 열정을 담은 유작이 됐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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