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김연아. 우리에게 수많은 기쁨과 감동을 안겨줬던 피겨 여왕. 김연아의 존재로 우리는 피겨 스케이팅의 매력을 알게 됐고 김연아 덕분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
김연아는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왕의 대관식을 가졌다. 커리어 마지막 대회였던 4년 전 소치에서는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속에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빼앗겼지만 그 누구도 김연아의 은메달을 폄훼하지 않았다. 금메달보다 더 값지고 귀중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녀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다시 4년 후. 내년 2월 평창에서는 우리가 사랑했던 피겨 여왕의 금빛 연기를 볼 수 없다. 김연아는 선수가 아닌 홍보대사로서 평창을 찾는다. 스케이트 위가 아닌 밖에서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김연아가 없는 피겨 스케이팅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의 은퇴로 피겨 여왕의 자리는 비어있다. 새로운 여왕의 등극을 꿈꾸는 이들은 내년 2월 평창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떠오르는 신성, 강력한 우승 후보 메드베데바
러시아의 떠오르는 신성 에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2017년 현재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4월 스웨덴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피겨 선수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2015 ISU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시작으로 세계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김연아가 차지하고 있던 세계 기록 역시 이제는 메드베데바의 몫이다. 그녀는 지난 1월 2016~2017 ISU 유럽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에서 총점 229.71점을 기록, 김연아가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세웠던 228.56점을 뛰어넘었다.
메드베데바의 신기록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4월 ISU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80.85점)·프리스케이팅(160.46점)·총점(241.31점)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메드베데바 역시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 지난 2013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이 시작이었다.
메드베데바는 이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4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금메달, 2015 핀란드 탈린 ISU 세계 주니어 피겨 선수권 금메달 등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이후 뚜렷한 성장세와 함께 강력한 올림픽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것 역시 김연아와 닮은 꼴이다.
끝날 때까지 결코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스포츠의 매력이다. 하지만 내년 2월 메드베데바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대회 최대의 이변으로 꼽힐 만큼 그녀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K-POP의 열렬한 팬으로도 국내팬들에게 알려진 메드베데바는 한국에서 새로운 피겨 여왕의 대관식을 꿈꾸고 있다.
◆대한민국 피겨의 희망, 첫 올림픽 꿈꾸는 최다빈
최다빈은 김연아의 은퇴 이후 대한민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다빈은 지난 7월 열린 평창 동계 올림픽 대표 선발전 1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평창 올림픽 출전 티켓은 총 3차례 대표선발전을 치러 종합 1·2위에게 출전권을 부여한다. 1차 대회 우승으로 최다빈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대한민국의 평창 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출전권 2장은 최다빈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다. 최다빈은 지난 4월 메드베데바가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던 헬싱키 ISU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종합 점수 191.11점을 기록하며 종합 10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은퇴 이후 국내 선수의 프리·종합 최고 기록을 달성한 동시에 올림픽 여자 싱글 티켓 2장을 대한민국에 안겼다.
객관적으로 내년 2월 평창에서 최다빈에게 메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지난 2월 일본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레벨의 차이는 크다. 더구나 피겨 스케이팅에서 아시안 게임의 위상이 높지 않기 때문에 경쟁자들 역시 많지 않았다.
최다빈의 현재 경기력 역시 안정적이지 못하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11명 중 9위에 그쳤다. 기술점수 26.10, 예술점수 27.80으로 합계 53.90점을 기록, 작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점(62.66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최다빈은 성장 중인 선수다. 아직 시니어 무대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는 못했지만 올림픽 출전으로 경험을 쌓는다면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최다빈은 내년 2월 평창에서 고국의 팬들 앞에서 힘찬 도약을 꿈꾼다. 우리 국민들 역시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최다빈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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