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10월 유럽 평가전보다는 팀다운 팀이 된 것 같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표현대로 신태용호가 한결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활용 선수 폭이 좀 더 확장된 모습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2연전을 1승 1무로 마쳤다. 성과도 있었고 부족함도 보였다. 신뢰 상실이라는 아픔에서 벗어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약간의 가능성 있는 팀으로 변화가 생겼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 축구는 '투혼'이라는 두 글자로 대표되는,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해왔다. 신 감독도 이번 2연전을 정신력 바로 세우기로 천명했고 어느 정도는 복원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영혼을 불태우며 뛰었다. 매 경기 종료 호각과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술적으로도 강팀에 4-4-2 포메이션이라는, 상당히 모험적인 수를 들고 나와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2m 이내에 11명이 상대를 가둬 놓고 공수를 전개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간격 유지가 쉽지 않았지만, 신 감독은 두 경기를 통해 새로운 경기 옵션을 발견하는 소득을 얻었다.
개인기를 앞세운 남미와 힘과 높이로 맞서는 유럽을 경험한 것은 면역력 증강에도 적격이었다. 물론 일부 주전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틀 자체는 흔들리지 않은던 팀들을 상대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봤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가장 눈에 띈 점은 그동안 한국 축구가 절대 신봉했던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의 신화가 깨졌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축구 흐름은 과거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 구사했던 짧은 패스에 기반을 둔 점유율 축구가 지는 추세다. 대신 볼 소유가 적어도 효율적인 역습을 통해 상대를 흔들어 골을 넣은 뒤 지키는 것이 대세가 됐다.
14일 유럽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이탈리아와 0-0으로 비기며 1, 2차전 합계 1-0으로 본선에 오른 스웨덴이 좋은 예다. 스웨덴은 1, 2차전 평균 24%-76%로 점유율이 밀렸지만, 수비가 흔들리지 않았다. 골을 넣은 뒤 소위 버스 두 대를 세워 놓았다는 표현처럼 촘촘한 수비를 잘 구축해 본선 티켓을 얻었다.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가장 현실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콜롬비아전은 36%-64%로 점유율에서 열세였지만 손흥민의 두 골로 2-1로 승리하며 가능성을 봤다. 세르비아전은 전반 초반 열세를 딛고 61%-39%로 앞섰지만, 숫자 놀음에 신경 쓰지 않았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1-1로 비겼다.
세르비아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슈팅 수가 늘었고 총 15-7, 유효슈팅은 10-2로 우세였다.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한 손흥민이 무려 7개를 시도했다. 슈팅 절반 이상은 역습에서 이뤄진 것이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빠른 패스가 한 번에 연결된 결과였다. 새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남은 것은 열세 시 흐름에 변화를 줄 조커를 발굴하는 일이다. 두 경기에서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짝으로 이근호(강원FC),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구자철이라는 변화가 있었을 뿐 좌우 날개는 이재성(전북 현대), 권창훈(디종FCO)으로 고정됐다.
중앙 미드필더나 측면 수비도 마찬가지, 후반에 다수의 자원을 교체했고 염기훈(수원 삼성)이 날카로운 킥을 보여주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도 적은 시간이었지만 존재감을 보여주려 애를 썼다. 조커는 주로 골 감각이 필요한 선수들로 압축된다. 특징 있는 선수를 두루 확인할 필요가 있는 신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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