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위기가 기회가 됐다.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최근 행보가 그렇다.
한국전력은 2017-18시즌 도드람 V리그에서 출발은 썩 좋지 못했다. 오프시즌 동안 주전 세터가 낙마했다. 강민웅은 팀 연습 도중 큰 부상을 입는 바람에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시즌 개막 후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펠리페(브라질)·전광인과 함께 소속팀 공격 삼각편대를 이뤄야하는 서재덕은 무릎 수술로 빠졌다. 코트에 잠깐 복귀했다가 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 윤봉우도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한국전력은 시즌 초반 연패에 빠졌다. 부상 선수가 많다보니 완벽한 전력을 꾸릴 수 없었다. 하위권으로 처졌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지난 3라운드부터 달라졌다.
연패를 끊은 뒤 연승으로 내달렸다. 8일 현재 5연승 중이고 11승 10패 승점34로 4위에 올라있다. 3위 대한항공(13승 9패 승점35)과 차이는 크지 않다.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펠리페(브라질)의 컨디션 회복이 꼽힌다. 신인이지만 권영민·이승현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찬 이호건이 뒤를 잇는다. 그리고 한 선수도 기억해야한다.
올 시즌 소속팀 주장을 맡은 전광인이다. 그도 지난 2라운드까지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서재덕이 빠진 빈 자리를 메운 김인혁마저 부상을 당하자 전광인에게 부담이 몰렸다.
그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는 상황이라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전광인은 지난 3라운드부터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여기에 맞춰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탔다. 그는 펠리페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고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서도 힘을 보탰다. 전광인은 "아무래도 리시브쪽에서 시즌 초반과 비교해 안정화가 된 것 같다"며 "펠리페가 공격에서 점유율을 좀 더 가져가는 것과 동시에 성공률도 끌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브도 잘 들어가고 있고 팀의 강점 중 하나인 수비도 잘 되고 있다"며 "수비 성공 후 반격 과정에서 펠리페와 공재학 등이 득점을 잘 올려주고 있다. 이런 부분이 잘 돌아가기 때문에 연승을 달릴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광인은 올 시즌 처음부터 주장을 맡은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해당 자리에는 변화가 있었다. 강민웅이 맡았다가 윤봉우가 이어 받았다. 올 시즌에도 윤봉우가 유력했으나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전광인에게 선수단 리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전광인은 "막상 맡고 보니 절대 만만한 자리가 아닌 것 같다.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해야한다.
그는 "그렇다고 야단만 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웃었다. 전광인은 "나부터 더 열심히 운동해야한다"며 "지난 시즌까지는 '우리는 강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점점 더 발전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를 노리고 있다. 재활 중인 서재덕과 윤봉우가 선수단에 합류할 전망이다. 김 감독은 "5라운드에서는 김인혁도 코트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상승세를 잘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재덕과 윤봉우가 가세하면 팀 전력은 100%가 될 수 있다. 전광인은 "(윤)봉우 형과 (서)재덕이 형이 빠졌을 때 처음에는 '버티자'라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뛰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백업으로 나오는 선수들은 후보가 아니다. 현재 팀의 주전 선수가 그들"이라며 "그만한 실력을 갖고 있고 이제는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광인은 또한 "봉우 형과 재덕이 형이 들어오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그건 그때 가봐야한다"며 "지금 함께 코트에 나서고 있는 선수들과 열심히 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장 전광인의 맡은 임무 중 하나는 바로 기살리기다.
한편 한국전력은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1위 현대캐피탈을 만난다. 지난 3라운드까지 상대전적에서는 현대캐피탈이 2승 1패로 한국전력에 앞서있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 첫 맞대결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으나 2, 3라운드는 내리 0-3으로 졌다. 상대전적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기회다. 현대캐피탈 역시 최근 4연승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팀이 제대로 맞붙는 셈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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