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시간 지났습니다."
예정된 점심시각을 지나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들을 향해 김태영 코치가 그만 끝내고 복귀하자고 소리쳤지만, 선수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시간은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조금이라도 더 호흡을 맞춰보려는 선수들의 열의에 코칭스태프의 목소리는 묻혔다.
22일 제주 애향운동장, 동계 전지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수원의 훈련 분위기는 지난 몇 년과는 많이 달랐다. 선수 영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과 근심이 섞여 하루를 보내던 기억은 사라졌다. 환한 웃음꽃이 운동장을 수놓았다. 수원 관계자는 "정해진 식사 시간이 자주 밀린다. 그만큼 운동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발을 맞춰보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수원은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나름대로 쏠쏠한 영입을 했다. 거물 데얀이 FC서울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고심 끝에 라이벌 수원을 선택했다. '꽃미남' 측면 공격수 임상협에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 박형진과 외국인 공격수 바그닝요, 크리스토밤이 합류했다.
지난해 말 군에서 복귀한 김은선, 조성진, 조지훈 등이 미드필드와 수비의 핵으로 자리 잡았고 전세진, 윤용호, 김민호 등 준척급 신인들도 합류했다. 완벽한 영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일단 부족한 부분은 메웠다는 평가다
조직력 완성이 중요한 수원이지만 시간이 없는 것이 속상하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3위 자격으로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에 진출권을 얻은 수원은 오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이스턴SC(홍콩)-탄호아(베트남) 승자와 본선 진출을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이 때문에 매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담금질했던 것도 올해는 제주로 바꿨다.
제주는 주로 대학팀들이나 챌린지(2부리그), 내셔널리그 팀들이 훈련하고 있다. 대부분은 연습장이 많은 서귀포시 일대에서 훈련한다. 반면 ACL PO가 늦게 정해지면서 전훈지 확보에 애를 먹은 수원은 제주시에 여장을 차렸다.
훈련장은 제주종합운동장과 애향운동장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주로 대학팀과 경기를 하느라 정확한 경기력 측정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최대한 주어진 여건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ACL PO를 통과하면 2월 14일 시드니FC와 조별리그 원정 1차전을 치른다. 숨을 돌릴 틈이 없다.
지난 12일 제주에 내린 폭설로 훈련이 어려워지자 코칭스태프는 직접 팔을 걷고 나서 눈을 모두 치웠다. 장비를 구매해 서정원 감독부터 모두가 눈을 치웠다. 선수들이 실내 훈련을 하는 동안 완벽한 여건을 만들자는 의지였다.
서정원 감독은 "아마 선수들은 우리 코칭스태프가 지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할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데 눈까지 내리니 미치겠더라. 그래서 눈을 치우고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지가 발동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의 의도를 알고 눈이 제대로 녹지 않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발을 맞췄다. 노련한 신입생 데얀이나 주장 김은선, 염기훈 등의 솔선수범에 신인 전세진 등 후배들도 알아서 따라왔다.
데얀은 분위기메이커였다. 이날 볼 돌리기 훈련에서는 염기훈, 조원희, 김은선 등 선참급 무리에 껴서 소리를 질러가며 훈련했다. '서울맨' 이미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다. 파란색 수원 연습복이 꽤 잘 어울렸다. 염기훈은 "데얀은 모나지 않게 훈련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수원 선수 같더라"고 전했다.
서 감독은 이날 수원으로 상경해 구단 사무국에 들른 뒤 홍콩으로 향했다. 이스턴-탄호아전을 직접 살피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직접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신중히, 꼼꼼하게 준비하는 수원이다.
조이뉴스24 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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