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군입대를 앞둔 유망주 김건희(23)가 수원 삼성에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티켓이라는 값진 선물을 주고 떠나게 됐다.
수원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ACL 16강 2차전 울산 현대전을 치렀다. 지난 9일 1차전에서 0-1로 패해, 2차전에서 두 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2011년 이후 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루는 것이 가능했다.
일단 골을 넣고 볼 일이었다. 두 골을 넣어도 울산이 한 골만 넣으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울산이 8강에 진출하는 행운을 누리기 때문이다.
서정원 감독의 승부수는 ACL 조별리그에서 5골을 넣으며 득점 4위에 오른 데얀을 중심으로 좌우에 바그닝요와 김건희를 배치하는 전략이었다. 바그닝요는 드리블 돌파가 좋고 김건희는 공간 장악력과 힘이 괜찮다. 플랫4 수비를 들고나온 울산 수비를 흔들기에 적격이었다.
울산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비겨도 8강행이고 패해도 한 골 차면 원정 다득점이라는 절대 우세한 조건이 있었다. 공격수를 향해 깔끔한 패스를 연결하는 마땅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었던 수원은 전방 공격진의 해결 능력이 관건이었다. 데얀보다는 좌우의 바그닝요와 김건희가 수비의 방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희망을 걸기에 나쁘지 않았다.
김건희에게는 골이 필요했다. 수원 유스 매탄고 출신으로 고려대 재학 시절 대학 리그(U리그)를 평정하며 2016년 수원에 입단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서정원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올해는 후배 전세진(19)이 최근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등 철저한 비교 대상으로 전락했다. FC서울과 슈퍼매치에 전세진이 선발로 나섰지만 김건희는 교체 요원으로 뛰는 등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결국, 김건희는 군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에 지원했고 최종 합격해 28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한다. 그래도 입대 전까지는 실력을 보여주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한 방이 있는 자원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는 20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14라운드가 고별전이지만 원정 경기다. 이날이 입대 전 홈 마지막 경기라 팬들이 웃는 장면을 선사하고 갈 필요가 있었다.
김건희는 혼을 불살랐고 전반 26분 이기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골지역 왼쪽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31분에는 바그닝요가 머리로 흘린 볼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받아 한 번 제어한 뒤 왼발로 터닝 슈팅해 멀티골을 완성했다. 등 뒤에 두 명의 수비수가 있었지만, 김건희의 동작이 훨씬 빨랐다.
두 골이 순식간에 터지면서 수원은 좀 더 편한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다득점 승리를 해야 8강이 가능했다. 후반 14분 오르샤가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지만, 신화용 골키퍼의 손에 걸려 김건희의 골 가치는 정말 높았다.
수비 가담도 좋았다. 측면 공격수였지만 플랫3 수비의 측면 수비수처럼 내려서는 등 무한 체력을 자랑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뛰는 모습에 조원희, 데얀 등도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37분 데얀이 빠지고 전세진이 들어가자 자신 있는 중앙 공격수로 이동해 울산 수비를 끝까지 괴롭혔다.
몸부림은 통했다. 추가시간 넘어지며 바그닝요에게 패스했다. 바그닝요가 놓쳤지만, 다시 잡아 골망을 갈랐다. 김건희의 두 골이 수원에 7년 만에 ACL 8강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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