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성적에 상관없이 잔치를 즐기기 위해 개최국에 와서 즐거움을 느끼고 가는 팬들은 정말 많습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티켓을 구하지 못해도 분위기를 느껴보겠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 도시마다 조성해놓은 '팬 페스트'에는 밤늦도록 인파로 가득합니다.
교통수단에도 유니폼, 머플러를 하고 이동하는 팬들로 가득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언어가 달라도 축구로 하나 된다고 좋아하고 웃고 슬퍼하고 위로합니다.
사나흘에 한 번꼴로 항공 이동을 하는 국내 취재진도 자연스럽게 팬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경기 결과에 따라 팬들의 표정도 달라집니다.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거리에서 다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상대국 팬과 만나게 되면 참 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표팀이 지난 12일 독일 뮌헨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항공기에 오를 당시 조이뉴스24는 수하물 요금 납부를 이해 들린 독일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고객 문의 창구에서 덕담(?)을 들었습니다. 한나 아르겐트라는 직원이 한참 문의 사항을 해결해주더니 "러시아에 월드컵 보러 가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맞다"고 대답하면서 "하필 한국과 독일이 같은 조에 있다"고 하니 "같이 16강에 가면 된다"고 웃더군요. 립서비스이겠지만,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1패씩 안고 있는 한국과 독일의 동반 16강 진출이 가능할까요. 마치 1차전을 패하고 다 끝나버린 느낌을 외부에서 조성하는 한국보다는 이제 시작이라는 독일이 나아 보입니다.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르기 위해 21일 모스크바에서 로스토프나도누에 오는 항공편에서는 멕시코 팬들이 양옆에 앉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퀘이로스 이벨자 씨가 기자의 '미디어-PRE'라고 찍힌 AD카드를 보더니 "프렌사(PRENSA)냐"고 묻더군요.
명함을 건네자 이벨자 씨는 "멕시코가 당연히 한국을 이긴다. 점수는 2-0이다"며 자신감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재미난 제안을 하더군요. 멕시코가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자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입니다. 조이뉴스24도 대표팀이 월드컵에 계속 있는 동안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개최 도시를 오가고 있습니다. F조 1위가 16강에 오르면 경기하는 장소도 상트페테르부르크지요. 이벨자 씨는 "멕시코가 이기면 우선 당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그램, 페**북에 친구 신청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반대로 말했습니다. "한국이 이기면 제가 친구 신청을 하겠다"는 거죠. 또, 난제이지만 16강에 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소위 인증샷도 찍자고 했습니다. 서로 자신감을 앞세운 일종의 기싸움인거죠. 누가 웃을지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로스토프나도누에 도착한 뒤 이벨자 씨는 친구들과 "멕시코~"를 외치며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로스토프나도누에는 최대 4만여명의 멕시코인들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2만5천명은 티켓을 구했고 1만5천명은 팬 페스트 등에서 경기를 즐긴다는 겁니다. 항공, 기차, 육로 등 모든 루트를 통해 몰려온답니다. 한국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벼랑 끝 승부를 하게 됩니다.
그래도 극복 가능한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16강 진출 티켓의 주인은 가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이벨자 씨와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자생존의 싸움에서 최후의 주인공이 우리가 됐으면 싶으니까요. 동반이라면 당연히 지켜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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