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신태용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생존과 탈락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짓는 멕시코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멕시코를 상대로 이겨서 승점 3점을 번다면 판세는 크게 요동칩니다. 승점 1점이라도 벌어 놓는다면 독일과 최종전에서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고요.
하지만, 패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죠. 예를 들어 멕시코(승점 3점)가 스웨덴까지 꺾고 3승을 하고 스웨덴(3점)이 독일(0점)에 패하면서 승점이 같아지면 최종전 결과에 따라 승점 3점으로도 16강 진출이 가능합니다.
물론 조건은 있지만, 거의 실낱 희망이겠죠. 확률상으로도 정말 쉽지 않으니까요. 냉정한 비관론 시각에서는 이미 월드컵은 끝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희망찬 긍정론으로는 아직 할 수 있다고 하는 거고요.
신태용(48) 감독은 소위 말하는 '배수(背水)의 진(陣)'을 쳤습니다. 멕시코의 공격을 막고 빠른 역습으로 한국적인 축구를 통해 무엇이든 얻겠다는 겁니다. 그럴 수 있다면 다행이겠죠.
절묘한 것이 정말 경기를 치르는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는 배수의 진을 치는 형세입니다. 돈 강 인근에 자리 잡고 있죠. 강변에서 보면 제대로 된 전장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왜군과 싸웠던 신립 장군의 모습과 절묘하게 교차합니다.
배수의 진은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결사 항전으로 나설 때 보여주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산세가 험준했던 문경새재라는 유리함을 버리고 탄금대를 선택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기병 활용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 조선군이 너무 약해 심리적인 부분을 자극해 싸우기 위한 해석 등 다양하죠.
신태용호의 상황이 임진왜란과 다른 점은 멕시코와 똑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치른다는거죠. 관중의 응원 열기와 승점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스웨덴전 0-1 패배의 아쉬움이 너무 크게 대표팀을 감쌌지만, 멕시코전을 이긴다면 또 180도 달라질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죠. 신태용호에는 독기만 남았습니다.
신 감독은 전술, 전략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교수님'이라는 별명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감독은 한국의 전술을 꿰고 있더군요. 알고 싸우는 것과 모르고 싸우는 것은 천지 차이인데 세밀한 분석을 거쳤으니 절대 유리합니다.
스웨덴에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가 아쉬운 결과를 냈으니 신 감독이 멕시코전에서 낼 카드는 분명합니다. 수비가 위태로워도 골을 넣고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하는 겁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죠.
사실 신 감독이 지난해 7월 지휘봉을 잡은 뒤 자신의 전술을 대표팀에 이식하기에는 분명 시간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의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와 비슷한 처지인 거죠.
그나마 20세 이하(U-20),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얻었던 지혜들과 성남FC 시절 보여줬던 팔색조 전술이 그에게 남아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서로 많은 분석을 했고 어떻게든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최후 방어선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모든 방책을 구사해야겠죠.
'배수의 진'은 제대로 이용하면 전세를 한 번에 뒤집습니다. 신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멕시코를 물어뜯는다면 어떤 반전이 나올지도 모르고요. 3만여 멕시코 관중의 광적인 응원을 견디며 경기에 집중해 리드하면 소음이 침묵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22일 최종 훈련에서도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습니다. 모든 장면이 진지했죠. 보기에 따라서는 경직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유리하게 해석하면 비장함이 더 짙어 보입니다. 반면, 멕시코는 활기차고 여유가 넘쳤습니다. 한국만 꺾으면 16강에 간다는 여유가 겉으로 보였습니다.
형세가 불리한 배수의 진에서 결사 항전을 선택한 신태용호가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요.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조이뉴스24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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