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의 계약 기간은 사실상 끝났다. 지난해 7월 급히 선임된 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을 모두 0-0으로 비기며 일단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월드컵 종료 시점이 계약 기간이었고 탈락했기 때문에 7월이면 또 백수가 되는 셈이다.
선수단과는 선임 후 채 2주도 되지 않는 시간에 모든 것을 만들어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그나마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 코치 신분이었고 20세 이하(U-20),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 경험으로 아는 선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월드컵 본선까지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에 이어 또 1년을 임시방편으로 버틴 감독이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신 감독을 어떻게 평가해 연임과 새 감독 선임을 선택할 것인지, 두 선택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팀 감독에 대한 거취 논의는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대표팀이 러시아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1승 2패로 16강 진출 실패와 기성용(스완지시티), 박주호(울산 현대)의 부상으로 선수 활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아시아팀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는 소득도 얻었다. 필드골 실점은 1실점에 불과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8년 만의 무실점 경기도 만들었다. 또, 조현우(대구FC),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새로운 얼굴들이 대표팀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팀은 오는 9월 초 A매치를 갖는다. 약 2개월여의 시간이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한 달 정도의 평가를 논하고 새 감독이냐 연임이냐의 과정을 거친다. 8월 말에는 선수단을 소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에 쫓겨서 허겁지겁 절차를 밟는다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처럼 명성은 있지만, 실력이 금방 탄로 나는 감독을 선임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양한 후보군을 놓고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속성을 원한다면 신 감독 체제로 가는 것도 좋다. 신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맡으면서 늘 시간 부족에 시달려왔다. 그러면서도 최소한의 성과는 냈다. 2016 리우 올림픽 8강, 2017 U-20 월드컵 16강 등 토너먼트는 꼭 통과했다.
현 대표팀과 신 감독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움직였는지에 관해 물으면 아니라는 대답이 당연하게 나온다. 평가전 진행 과정에서 반쪽 선수단이 구성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1월과 올 3월이 신 감독이 가장 원하는 구성으로 실험과 해외 원정 경험을 했을 뿐이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면 내, 외국인에 대한 기준을 확실하게 세우고 움직여야 한다. 외국인이라며 그동안 '저비용 고효율'만 원했던 협회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당한 외국인 감독을 데려왔다가 망했던 역사가 대변한다.
신 감독의 공과에 대한 협회 임원진은 물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도 필요하다. 좋고 나쁜 이야기 모두 들어야 한다. 단순히 정몽규 회장의 심기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태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익명을 원한 K리그 A팀의 B감독은 "대표팀 감독이라면 대내외 언행, 전술 수행 능력, 선수들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신 감독의 경우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트릭'처럼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언행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간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감독은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해단식에서 자신의 연임 여부를 묻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당장 신 감독이 무엇을 말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면적인 평가를 받고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사진 인천공항=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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