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첫 주연작, 무섭기도 했지만 낙원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진심으로 연기했어요."
배우 진기주는 '미스티'가 끝난 후 한 달 만에 '이리와 안아줘'에 승선했다. 아직 연기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신인 여배우가 지상파 첫 주연을 꿰차자 물음표가 붙었다. '객관적인 시선'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캐릭터가 마음에 콕 박혔다. 무거운 숙제를 안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진심'으로 연기했고, 시청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진기주의 표정은 밝았다. 드라마 종방연이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을 만큼 배우들은 드라마와 쉽사리 이별하지 못했다. 진기주는 "아직 허한 느낌이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다음 작품으로 바로 연결되면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좀 오래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아버지로 둔 경찰과 피해자의 딸, 서로의 첫사랑인 두 남녀가 세상의 낙인을 피해 살아가던 중 재회하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준 '로맨스릴러' 작품이다. 불가항력적인 사건들 속에서도 살아남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기주는 어린시절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에게 부모를 잃은 아픔을 딛고 당차고 명랑하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배우이자 들장미 캐릭터 한재이(어린시절 이름 낙원)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첫 주연작에서, 쉽지 않은 배역을 만났다. 진기주는 오디션을 볼 당시만 해도 한재이를 오롯이 이해하지 못 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낙원이가 스무살 때 배우 오디션을 보면서 장애가 나타나는 신이 있었는데, 감독님께 '이 신을 아직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어요. 감독님이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모르겠는 부분을 이제 연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마음을 진짜로 느끼고 싶어 그 신을 계속 읽었어요. '하필이면 옆집에 연쇄 살인마가 살아서'라는 대사 중 '연쇄살인마'라는 글씨가 매직아이처럼 보이면서 멍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아, 찾은 것 같다'. 오디션 볼 때 감독님 앞에서 아이가 멈칫하게 되는데, '이 단어에 갇혀버리는 상태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진기주는 아련한 첫사랑부터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살인범의 아들을 사랑하게 된 복잡한 마음과 오열, 그리고 단단한 마음까지, 깊은 사랑을 연기해야 했다. 장기용을 보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고 할 만큼, 캐릭터에 깊게 몰입했다.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질 때도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요. 낙원이는 나무 앞에서 씩씩해야 하고, 울더라도 자기의 고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잖아요. 그 상황들이 마음이 아팠죠. 고개 숙인 나무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때도 마음이 아파서 울음이 터졌어요. 오히려 낙원이의 감정에 제 감정이 섞여서 그것을 덜어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담담하게 이야기 해야 하는데, 제가 먼저 눈물이 터져 속으로 '울지말자'고 되뇌이기도 했어요."
'이리와 안아줘'로 첫 멜로 연기를 하게 된 진기주는 "멜로를 처음 하는 거라 어려웠다. 초반의 느낌을 잡고 나서는 둘이 알아서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잔잔한 감정결들이 매력 있었다"고 말했다.
"그(장기용)도 처음이고 저도 처음이라, 서로 낑낑 거리면서 열심히 했어요. 으쌰으쌰 하면서 했죠. 그래서 풋풋한 느낌도 났을 것 같고, 둘 다 캐릭터에 몰입을 했을 때는 애틋했을 것 같고. 보는 분들이 나무한테 많이 홀릭해주셔서 뿌듯했어요. '나의 나무가 이렇게 사랑을 받는 구나' 싶어서요."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지상파 첫 주연이라는 큰 자리를 거머쥐었다. 두 신인 배우를 남녀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파격 캐스팅이었다. 진기주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저 대신 회사에서 걱정을 했어요. 이 작품 들어가기 전에 '너무 좋으니까 바로 하라고 하지 않을게. 너무 무서우면 잠깐 쉬어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낙원이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도 할래요'라고 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이겨내고 싶었어요. 저를 보는 객관적인 시선을 잘 알고 있었어요. 저는 드라마의 이야기가 예쁘고 좋았는데, 처음 보는 배우들이니까 관심을 안 가져줄까봐 그게 걱정이었죠. 드라마가 시작되고 난 다음에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뿌듯함이 컸죠."
'이리와 안아줘'는 수목극 경쟁에서 선전했고, 막판에는 1위에도 올랐다. 진기주는 "차마 시청률은 내가 검색을 못 하겠더라. 현장 가면 이야기가 들려왔다"고 웃으며 "드라마의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마무리가 너무 훌륭했다. 작가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이야기를 열심히 만들었던 그 진심에 있어서만큼은 수고했다고 하고 싶다"고 에둘러 뿌듯함을 표현했다.
긴 여정의 드라마가 끝나고 '방전'될 법도 하건만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를 마무리 짓고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이리와 안아줘'는 단순히 첫 주연작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소중한 작품이다.
"저한테 많은 숙제를 남겨주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줬고 얼른 다음 연기를 하고 싶다는 기운을 안겨줬어요. '쉬고 싶다'가 아니라 힘이 꽉 차서 당장 다음 것을 할 수 있을 만큼 기운이 차면서 끝났어요. 15.16회에 급속 충전이 되면서 나왔죠. 내가 충전이 되고 나올 정도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행복한 마음으로 마무리 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요."
만나고 싶은 작품도, 캐릭터도 많다는 진기주는 "자주 보고 싶은 배우가 됐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부지런히 연기 하겠다고 약속한 그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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