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체험형 스릴러가 탄생했다. 영화 '서치'는 지금 이 시대에 익숙한 기법으로 높은 몰입도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서사의 흐름에선 긴장감이 넘친다. 거듭되는 반전 스토리 끝엔 묵직함이 기다린다. 참신한 내러티브 방식과 전체 이야기를 완성하는 드라마 모두를 놓치지 않는 스릴러다.
'서치'(원제 'Searching', 감독 아니쉬 차간티,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는 어느 날 갑자기 부재중 전화 3통만을 남기고 사라진 딸 마고(미셸 라 분)를 찾기 시작하는 아빠 데이빗 킴(존 조 분)의 이야기. 딸의 노트북과 SNS에 남겨진 흔적을 쫓는 데이빗이 예기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는 내용이다.
데이빗의 PC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채우며 시작되는 첫 시퀀스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스크린에선 그간 자주 사용되지 않아 낯설지만, 현실에선 너무나 익숙한 운영체계(OS)가 펼쳐지는 것. 딸의 유치원 입학 날짜, 초등학교 1학년 첫날, 엄마 파멜라 킴(사라 손 분)의 병원 기록 등이 캘린더의 텍스트, 사진, 동영상으로 하나 하나 기입된다. 킴 가족의 10여 년 간의 서사가 PC와 스크린의 화면 비율 1:1에서 압축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은 신선하다.
러닝타임 내내 데이빗의 1인칭 관점으로 작동되는 PC 화면, CCTV 등의 가상세계는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가상세계를 또 하나의 현실로 인식하는 이 시대에 '서치'는 리얼리티 그 자체이기 때문. 특정 파일을 더블 클릭하는 것부터 데이빗이 쓰던 글을 백페이스로 지우고 사진을 드래그해 휴지통에 넣는 그 순간과 순서에 그의 감정은 직접적으로 해석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어느 순간 이를 넘어, 마치 데이빗이 돼 실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서치'의 물리적 배경은 CCTV, PC와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로 비출 수 있는 범위 안이다. 이럴 경우, 시야의 반경은 좁아지기 때문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공간이 한정돼 자칫 답답함을 유발한다. 여기에서 연출의 힘이 드러난다. 분절된 신들을 몽타주 기법 등으로 재구성하고 더 큰 스케일의 장면이 필요할 땐 영상 속의 영상으로 표현해낸다. 한계를 역이용하는 순간들도 있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음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CCTV 속 인물의 모습을 확대해 더 낮아진 해상도는 오히려 현실감을 높인다.
'서치'는 미디어의 현주소를 영화적 표현 방법으로 이용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미디어의 발달로 새로운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이 등장한 후, 그간 많은 작품들은 그에 따른 영향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물론 '서치' 또한 인테넷의 익명성과 인격침해, SNS 속 자기과시 등 그 폐해를 그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영화의 전체 또는 중심 메시지와 연결 짓지 않는다. '미디어적 전회'가 일어난 지금, '서치' 속 미디어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현실 장치에 더 가깝다. 그래서 뻔하지 않다.
아빠가 사라진 딸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스릴감이 있고 극의 중후반부터 펼쳐지는 반전들은 이를 배가시킨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놀라움을 거듭 전하다가, 그 종착역에서 고개를 드는 마지막 반전이자 메시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먹먹함을 안긴다. 덧붙여, 그 순간 앞서 펼쳐진 서사에 숨겨진 복선을 복기하는 재미는 덤이다.
한편 '서치'는 지난 8월29일 우리나라에 개봉해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 101분, 12세 관람가 등급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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