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단기전에서는 최전방의 결정력과 최후방의 방어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원 삼성은 '푸른 킬러' 데얀과 인내로 버틴 공격수 박기동, '화용신' 신화용의 선방이 있었다.
수원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2018 FA컵 8강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치렀다. 홈이지만 지도력 부재를 안고 제주전을 준비했고 경기 이틀 전 사퇴했던 서정원 감독이 전격 복귀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싸웠다.
'4강 진출'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경기에서 수원은 데얀, 염기훈, 임상협 등 주전 자원을 총동원했다. 제주는 수비수 이동수를 공격수 진성욱 아래 배치하는 기묘한 수를 던졌다. 이기면 되는 경기였기 때문에 뭐든 할 필요가 있었다.
생각보다 골은 빨리 터졌다. 전반 3분 이기제의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받은 데얀이 왼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자세에서 나온 골이었다.
데얀은 서정원 감독의 복덩이였다. 올해 데얀이 K리그1, FA컵,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등 모든 대회를 통틀어 골을 넣은 경기 전적은 11승 2무 3패로 꽤 좋은 편이다. 도움까지 포함하면 3승이 더해진다.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인 데얀이 FA컵 8강, ACL 4강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승리의 파랑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유다.
이날도 최전방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수원은 올해 패스를 장착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어 공격수들이 알아서 볼을 잡아 결정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데얀은 공격의 정석을 보여줬다. 후반 31분 김성주에게 실점, 결과적으로 데얀의 골은 연장전으로 향하는 동력이 됐다.
박기동도 가세했다. 부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박기동은 후반 23분 교체로 들어와 데얀과 전방에서 호흡했다. 결국, 연장 후반 9분 염기훈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다. 데얀은 바로 앞에서 수비수의 시선을 유도하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간접 기여했다. 완벽한 결말이었다.
데얀과 박기동이 최전방에서 분전했다면 최후방에는 신화용이 있었다. 신화용은 전북 현대와 ACL 8강 2차전 승부차기에서 선방하는 등 위기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선방을 보여줬다. 골키퍼치고는 단신인 183㎝지만 노련함을 앞세운 방어력은 리그 최강이다.
이날도 마찬가지, 제주의 빠른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후반 31분 김성주의 헤더 슈팅을 손을 뻗어 막았지만 볼은 골문 안으로 꺾여 들어갔다. 실점 10분 뒤인 41분 마그노가 똑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연결된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슈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몸을 날려 정확하게 선방했다. 경험이 많은 신화용의 대비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 선방이 없었다면 수원은 허무하게 목표 하나는 허공으로 날릴 수 있었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찌아구에게 내준 골은 불가항력이었다.
2-2 무승부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신화용은 신이었다. 권순형, 찌아구의 킥을 모두 막았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김성주의 킥도 잡아냈다, 마그노는 성공했지만, 신화용의 손을 스쳐 지나갔다. 신화용이 극적인 승부를 2-1로 마무리하며 수원에 4강 티켓을 선물했다.
서정원 감독은 "오늘 경기는 코치들이 준비했다"며 말을 아꼈다. 이면에는 경험이 많은 이들을 믿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서 감독의 복귀에 신화용 등 최선참들의 설득이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끈끈함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서로 믿어 결과를 얻은 수원이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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