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전환점.'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여러 차례 터닝 포인트와 마주한다. 현대캐피탈 세터 이승원에게는 지난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8-19시즌 도드람 V리그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이 그랬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내내 세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현역 선수 시절 소속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세터로 뛴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걱정했다.
주전 세터 이승원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꾸준히 신뢰를 보냈다. 이승원은 '봄배구'에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각각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연달아 꺾은 원동력 중 하나로 이승원이 꼽혔다.
최 감독은 3차전 종료 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당시 현장 리포팅을 맡은 아나운서가 이승원에 대해 묻자 최 감독은 말을 잊지 못했다. 이승원도 그런 최 감독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
이승원은 "홀가분하다. 시리즈를 우승으로 마무리해서 정말 기쁘다"며 "나 뿐 만이 아니라 선·후배 팀 동료들 모두 간절했던 것 같다. 지난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을 때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더 절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원은 2014-15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신인 이승원은 최 감독과 권영민(한국전력 세터)을 제치고 소속팀 주전 세터로 중용됐다. 현 남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호철 감독은 당시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추고 이승원이 코트에 나와 뛰는 시간을 늘렸다.
하지만 이승원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권영민과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합류한 노재욱(우리카드)이 주전 세터를 꿰찼고 이승원은 그 뒤를 받치는 백업 임무를 맡았다.
노재욱의 그림자는 이승원에게는 짙었다. 그는 "정말 잘 하던 선배다. 의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을 내 스스로 이겨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재욱의 이적으로 올 시즌 이승원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왔다. 그러나 부상이 찾아왔고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승원이가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올라올만하면 다쳤다. 그래도 꼭 활약을 하고 제몫을 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 자리가 이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이 됐다"고 얘기했다.
이승원은 "우승 확정 순간까지는 솔직히 무덤덤했다"며 "감독님이 우는 장면을 나도 봤다. 올 시즌을 보낸 기억이 떠올랐고 나 때문에 코칭스태프나 동료 선수들이 정말 많이 걱정했다. 나도 느끼지 못하 사이에 눈물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지고 싶지 않았다"며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이겼지만 노재욱 선배가 다치고 난 뒤에 우리가 대한항공에 3경기 연속 졌다. 이번에는 정말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임동규 코치도 눈물을 쏟았다. 시상식 후 팀 축승연 자리에서도 이승원을 언급할 때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승원이가 정말 운동을 많이 했다. 누구보다 많이 고생했다"며 "시즌 개막을 전후로 큰 부상만 두 차례를 당했다. 부상 정도가 그나마 경미한 것까지 따진다면 다섯 차례나 다쳤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우승이 승원이에게는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원은 "좋은 결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어 정말 좋고 홀가분하다"며 "배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더 배우고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학교 선배이기도한 최 감독과는 동료 선수를 거쳐 지도자로도 인연을 이어가며 많이 혼나기도했다.
이승원은 "지적에 대해 솔직히 신경이 쓰였다. 힘들기도 했지만 아번 우승으로 그동안 쌓인 서운한 감정은 모두 사라졌다"고 웃었다. 이승원과 최 감독 그리고 현대캐피탈 선수단 모두에게 최고의 하루가 됐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 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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