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2년 넘게 이어져온 '악몽'이 끝났다.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드림캐쳐만의 이야기를 써내려온 대장정이었다. 시그니처 메탈 사운드와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드림캐쳐만의 색깔을 굳혔고, 남미 5개국 투어로 시작해 두 차례 월드투어를 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드림캐쳐에게 악몽은 길몽이었고 크게 한걸음 내딛었다.
드림캐쳐는 2017년 1월 '체이스 미(Chase Me)'로 데뷔했다. 파워풀한 안무와 강렬한 메탈 사운드도 돋보였지만 '악몽(惡夢)'을 소재로 한 독특한 판타지 스토리가 색달랐다. 이후 '굿나잇(GOOD NIGHT)', '날아올라', '유 앤 아이(YOU AND I)', '왓(What)' 그리고 최근 발표한 '피리(PIRI)'로 악몽의 대서사를 완성했다.
드림캐쳐 일곱 멤버는 각자 일상에서 겪는 7가지 악몽으로 분했고('체이스 미'), 악몽 헌터와 추격전('굿나잇')을 벌였다. 그렇다면 소녀들은 어떻게, 왜 악몽이 됐을까? 이를 프리퀄로 풀어낸 뒤('날아올라'),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내면과 외면의 하나이면서도 둘인 듯한 매력적인 이야기('유 앤 아이')를 펼쳐냈다.
그런 뒤에는 악몽의 이유를 불안한 현실 세계의 청춘들과 자신을 괴롭히는 것 등 현대인의 스트레스로 규정해 스토리를 확장('왓')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들의 감정을 그들의 SOS 신호인 피리로 표현('피리')하면서 이야기를 끝맺었다.
멤버들 모두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들 만큼 긴 여정이었고, "'악몽'에 또 다른 스토리를 입혀서 이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생겼다.
그 과정을 거치며 이제 타이틀곡만 7곡에 앨범 수록곡들까지 더하면 20곡이 훌쩍 넘는다. 콘서트에 본인들 곡으로만 빼곡하게 채워넣을 수 있는 숫자. 남미 투어와 두 번의 월드투어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투어까지 총 30여회의 콘서트를 할 수 있었던 건 인기도 인기지만 곡 수가 탄탄하게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드림캐쳐는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국내 콘서트보다 해외 콘서트를 더 먼저 개최했을 정도. 타 걸그룹과 확연히 대비되는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독특한 콘셉트가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었던 탓이다. 하지만 서서히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멤버들 역시 "점점 익숙하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 개최한 국내 콘서트만 봐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첫 콘서트보다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이틀간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전석 매진됐다. 국내외를 오갈 때도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멤버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올 때 늘 100여 명의 팬들이 공항에서부터 기다렸다가 반겨주신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드림캐쳐 멤버들은 데뷔 후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꼽았다. 그 중 7가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1 팬들에게 처음 편지를 써서 읽어준 날(2017년 7월 데뷔 200일 팬미팅)
"팬들에게 항상 편지를 받다가 처음 팬들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200일 팬미팅 때 편지를 써서 무대에서 팬들에게 읽어줬어요. 멤버 7명 다 썼는데 시간 때문에 3명만 읽었어요. 그래서 그 다음에 손편지를 스캔 떠서 팬카페에 올렸어요. 무대에서 편지를 읽을 때 쓸 당시의 뭉클한 감정이 올라와서 다 울었어요."(지유)
"전 안 울거라고 다짐했는데 첫 문장부터 엉엉 울었어요."(가현)
"막내 가현이가 그때부터 울보가 됐어요. 안 울겠다고 하고서는 편지 열자마자 우니까 다른 멤버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좀 덜 울었어요."(유현)
#2 머나먼 브라질 4개 도시 투어를 위해 공항에 도착한 순간(2017년 12월)
"브라질이 우리나라에서 정말 멀잖아요. 경유하고 대기하고 30시간 넘게 날아갔어요. 과연 그 먼 곳에 우리를 보러 올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공항에서부터 수십 명의 팬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피곤한 것도 잊고 웃음이 났어요."(수아)
"또 팬 분들이 공연장 앞에서부터 춤을 추고 계시고 대기실까지 떼창소리 들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정시 굿즈가 없을 때인데 우리 이름이 박힌 커플티를 입고 있고 계신 분도 있었어요. 우리 이름이 들어간 티셔츠를 제작해서 들고 있다가 회사 관계자 통해 건네주시기도 하고요. 열정이 진짜 핫했어요."(시연)
"저희가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노래가 슬 깔릴 때부터 소리치시고 목이 나갈 것 같은데 끝까지 그렇게 응원해주시더라고요. 감동 받아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어요."(한동)
#3 한국에서의 첫 콘서트(2018년 3월)
"저희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공연을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처음 공연을 해보니까 무엇보다 통역이 필요 없어서 좋았어요.(웃음) 정말 시원했어요. 해외에서는 한 문장 말하고 통역하고 그랬는데 한국에선 마음대로 개그를 해도 되고 팬들과 소통이 잘 돼서 좋았어요"(다미)
"해외 공연은 머니까 가족들이 못 오잖아요. 국내 콘서트는 부모님이 보러올 수 있으니까 좋았어요. 전 멤버 부모님이 다 오셨고 아이컨택 하고 감동이었어요."(수아)
#4 멤버 다미의 작사곡을 멤버들이 불렀을 때(2018년 5월 '유앤아이' 앨범 수록곡 '스카(SCAR)')
"랩메이킹을 하기도 하고 작사에 참여한 적도 있지만 '스카'는 완전히 혼자서 작사한 곡이에요. 제가 작사한 곡이 앨범에 실리고 멤버들이 제가 쓴 가사로 노래를 불렀을 때의 기분은 정말 특별했어요. 앨범에 '작사 다미'라고 적힌 걸 봤을 때도 감격스러웠고요."(다미)
"저희도 노래를 부를 때 정말 더 특별했어요. 사실 우리고 다 작사에 도전했는데 다미 언니 것이 된 거였어요."(멤버들)
#5 '뮤직뱅크'에서의 깜짝 팬송 무대(2018년 6월 '유앤아이'와 팬송 '풀문')
"'유앤아이' 활동할 때였고 팬송으로 깜짝 발표했던 '풀문'은 반년 이상 지난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활동 마지막주에 '유앤아이'랑 '풀문' 두 곡 무대를 하게 됐어요. 팬송을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게 우리도 팬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어요. 그때 처음 음악방송에서 두 곡을 불렀어요."(지유)
#6 LA에서 외국인이 알아보고 인사했을 때(2018년 8월)
"케이콘 무대를 위해 미국 LA로 갔을 때에요. 그곳에서 화보 촬영을 하게 됐는데 외국 분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어요. 도로 건너편에 계셨는데 계속 우리를 쳐다봐서 뭐지 했는데 결국 건너오시더니 팬이라고 케이콘도 보러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놀라기도 했고 기분이 좋았어요."(유현)
#7 '엠카운트다운'에서 지하대기실 처음 썼을 때, 또 독방을 썼을 때
('엠카운트다운' 대기실은 1층에 대형 스튜디오 단체 대기실, 지하에 단체 대기실과 독방 대기실 몇 개가 있다)
"'날아올라'로 활동할 때 처음 지하대기실로 갔어요. 이후에 다시 1층 갔다가 '유앤아이' 때부터 계속 지하로 내려갔어요. 지하가 화장실을 편히 쓸 수 있고 조명도 다르고 큰 거울도 있고 무대도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돼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시연)
"우리가 말로만 들었던 그 공간(지하대기실)에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처음 지하대기실 쓸 때 매니저 분이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내려줬는데 왜 그러나 싶으면서 1층으로 올라갔는데 대기실에 우리 이름이 없어서 놀랐어요. 얘기를 듣고 다시 지하로 내려갔어요."(가현)
"이번에 '피리' 활동할 땐 지하대기실에서도 독방을 처음 써봤어요. 그때도 처음엔 당연히 단체 대기실로 갔는데 우리 이름이 없어서 당황했었어요.(웃음) 그런데 알고 보니 화장실이 딸려있는 방을 주셨더라고요."(한동)
드림캐쳐는 최근 '피리' 국내 활동을 마무리하고 일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5월부터는 아시아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드림캐쳐는 아시아투어를 마치고 하반기에 국내에서 새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다. '악몽' 스토리를 마무리한 드림캐쳐가 또 어떤 스토리와 무대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드림캐쳐 멤버들은 "우리만이 가진 특유의 에너지와 색깔이 있다고 자신한다. 각자가 다른 멤버들을 봐도 정말 멋있는 것 같다. 일곱 명 모두 센터 같다. 다음 앨범도 힘을 모아서 흥미로운 스토리와 음악과 무대로 돌아올 테니 새로워진 드림캐쳐 많이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kafk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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