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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리누 "'보이스킹' 우승은 인생 선물…'재야의 고수' 이제 그만"


"상금 1억원 빚 청산…내 이름 걸고 새로운 날들 쓰고파"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데뷔 20년 만에 첫 팬카페가 생겼어요."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의 팬카페는 개설 일주일 만에 300명의 팬들이 가입했다. 밤새 답글을 남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그의 얼굴에선, 피곤함 대신 설렘이 묻어났다.

리누는 대중들에겐 '20년 무명 가수'였지만, 가요계서는 '재야의 고수'로 통했다. 지난해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를 위해 노래하고 싶어 MBN 보컬 경연 프로그램 '보이스킹'에 출연했다는 그는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리누는 "같이 대결한 사람들이 쟁쟁한 분들이라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가수 생활하며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며 "'재야의 고수', '유튜버 커버 3대장', '20년 무명가수' 같은 수식어를 떼고 가수 리누로 새로운 날들을 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 "'보이스킹' 우승 예상 못했다, 상금 1억원은 빚 청산"

'보이스킹'은 조관우, 김종서, 김정민, 고유진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출연한 보컬 경연으로 주목 받았다. 리누에겐 존경하는 '대선배'들이기도 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졌던 리누의 우승은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리누는 "우승은 생각도 못했다. 무대에서 3곡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했다. 첫 라운드에서 들려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은 리누의 목소리를, 진심을 담은 무대였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치매를 앓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는데, 치료비가 많이 들어갔고, 빚이 많이 생겼죠. 저는 하루하루 보컬 트레이닝에 열중할 수 밖에 없었어요. 임종 순간을 지키지 못했는데, 그게 마음의 한이 됐어요. '보이스킹'이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보다, 크고 화려한 무대에서 진심을 담아 노래 한 곡을 불러서, 제 마음에 있는 죄송스러웠던 짐을 놓아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제가 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첫 라운드를 마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그는, 그 때부터 경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랑비'와 '아름다운 강산'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스스로 경연을 즐겼다.

"무대 위에서 부담감은 없었어요. 20년 동안 노래를 하다보니 공력이 좀 생긴 것 같기도 하구요. 선배들이 '넌 한 번 떨지도, 흔들리지 않냐'고 할 정도였어요. 3라운드까지는 편안하고 재미있게 노래를 했는데, 점점 욕심과 부담감이 생겼죠. 4라운드에서는 평소 제 모습보다 힘이 들어간 것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만족도는 오히려 더 떨어졌어요."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멘탈이 흔들린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리누는 "녹화 전날 농구를 하다가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죄책감이 생겼다. '아름다운 강산'은 무대 위를 돌아다니는 것을 구상했는데 의자에 앉아서 해야 했다. 모든 것이 허물어진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순간들을 겪어내며 리누는 우승했다. 결승 무대에서 부른 '가족사진'은 리누의 절절한 감정을 담아내며 보는 이들에 감동과 울림을 안겼다.

리누는 "결승 진출이 확정되고 난 뒤 부담감이 있었는데 응원글들을 봤어요. '마음에 상처가 있었는데 노래로 마음이 움직였다'는 글을 보고 괜찮아졌어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우승상금은 1억원. 리누는 "어머니 병원비로 생긴 빚을 갚겠다"고 했다.

◆ "풍파 견딘 20년, 단단해졌다…내 이름 건 노래 부르고파"

가수 리누가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까지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조금 더 일찍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리누는 "만약에 어머님이 살아계셨더라면 '보이스킹'을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아도 음악 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알고 있다. 좋지 않은 결과물을 받았을 때 타격이 크다"라고 했다.

10여년 전, '보이스코리아'에 출연했었다고도 털어놨다. 당시 컨디션 난조로 1라운드에서 탈락을 했는데, 그 때의 일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유명가수들의 커버와 보컬 트레이너를 하며 '실력파'로 입소문이 나던 시기였다.

"1라운드에서 광탈을 했어요. 감기가 심해서 억지로 노래를 했는데 심사평과 반응이 악평이었죠. '녹음발이네' '라이브 안되는 가수' 등 댓글로 타격을 많이 받았죠. 그 이후로 오디션에 안 나간다고 다짐을 했었어요. 이번엔 그 때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진 않았어요. 많은 풍파를 겪고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멘탈이 단단해졌을 수도 있고, 힘듦이 무뎌진 것 같기도 해요."

대학 시절 각종 가요제에서 상을 휩쓸고 다녔을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녔지만, 가수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기획사로부터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리누는 "10년은 지우고 싶은 과거이기도 했다. 수면 위로 아예 올라오질 못했다. 제 인생에서 돌이켜보면, 하면 안되는 것들을 배우는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2010년, 리누라는 이름으로 정식 데뷔하고 앨범도 냈지만 대중적인 유명세를 얻지는 못했다. '얜 이렇게 노래 잘하는데 왜 안 뜨는거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유언비어도 퍼졌다.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어 항상 목마름이 있었다"고도 했다. 리누가 음악의 끈을 놓지 못했던 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음악을 곁에 뒀고, '보이스킹'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지금까지 보컬 트레이너에 열중을 했고, 앨범도 간간히 냈지만 생계가 중요했어요. 다행히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가져갔죠.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제가 배우는 것이 있어요. 노래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이번 경연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태도가 많이 바뀌었죠. 고음이나 노래 질감 등 스킬에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보이스킹' 나오면서 그 해답을 찾았어요.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것이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배웠죠."

리누는 지금까지 자신의 노래보다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부른 날들이 많았다. 유명 가수의 곡을 커버하고, 다른 가수가 부를 곡을 가이드 했다. 가이드를 하며 욕심 났던 곡들을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이제는 리누의 이름을 걸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이야기 하는 리누의 표정에 설렘이 스며들었다.

"흔히 잘나가는 히트곡 메이커와 작업을 해보고 싶은 바람도 있고, 가이드 말고 내 노래를 하고 싶기도 해요. 음악적으로는 희망을 담은 노래를 해보고 싶어요.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제 스토리를 녹인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보이스킹' 우승자 리누 [사진=제이지스타 ]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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