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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박결이, 아름다운 배우의 '결'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6시간 러닝타임의 대작 연극으로 탄생했다.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과 극단 피악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감옥에서 만난 한 청년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이 작품은 러시아 시대 지주 집안 카라마조프가에서 벌어진 친부 살해 사건과 재판을 다룬 작품이다.

배우 박결이(42)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옛사랑을 그리워하며 드리트리(주영호)와 표도르(이기복)을 몸 닳게 하는 그루셴카 역을 맡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인간 내면의 탐욕과 숨겨진 본성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이 극에서 박결이는 극과 극을 오가는 강렬함으로 관객에게 색다른 충격을 선사한다.

박결이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박결이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서울예술대학교를 졸업한 박결이는 연극 '유리가면'으로 데뷔한 뒤 '미 아모르', '갈매기', '단지 세상의 끝', '괜찮냐', 영화 '내 남자의 로맨스' '바다가 보고 싶다' 등 작품을 통해 잔뼈를 키워 왔다.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한 연극 '떼레즈 라깽'에서는 인상적인 연기로 PAF 2012 연극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이후 훌쩍 떠난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아시아 공연 전반의 시야를 키워 운신의 폭을 넓혔다.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학창시절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히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교수님과 동료들까지 나를 두고 '저 친구는 배우 할 친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고집이 강하고 갈망도 컸다.

◆연기 인생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떼레즈 라깽' 공연을 올린 뒤 오랜 여운을 느꼈다.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는 떼레즈 라깽 역을 맡아 열심히 연구했다. 시원시원하고 직관적인 연기를 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PAF 연극연기상을 수상한 기쁜 기억도 있다.

◆배우의 길을 이끌어 준 멘토가 있나.

2015년에 세상을 떠난 김효경 교수님(전 서울뮤지컬단 단장). 내가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응원을 보내주신 분이다. 한중일 공연 문화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신 분이고, 중국에서 공부를 할 때도 교수님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 언젠가의 나처럼 헤매고 있는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떼레즈 라깽' 이후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떼레즈 라깽'으로 연극배우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때쯤 중국 유학을 결정했다. 우리나라에 잘하는 배우가 너무 많지 않나. 캐스팅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연기에 대한 끝없는 갈증을 느꼈다. 나만의 특별함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중국어와 공연 전반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학위였다. 중국에서 한국 연기에 대한 영감을 주고, 공연도 올리며 7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하게 된 작품이 바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박결이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박결이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모든 역할들은 연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동환 선생님은 1인 5역을 한다. 그 분의 대사량은 말도 못 한다. 그루셴카는 다소 늦게 등장하지만 연극 초반부터 쭉 언급되는 인물이고, 등장하는 신마다 강렬한 임팩트가 있다. 남자를 유혹하지만 순수함이 있고, 그 순수함을 건드리면 울고 쏟아내는 캐릭터다. 배우로서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다. 물론 캐릭터 감정의 흐름이 없이 등장할 때마다 극적이고 강한 연기를 선보여야 해서 힘든 점도 있다. 행복하지만 어려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드라마는 여러 번 찍고 편집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살얼음판에 '생짜' 올라가는 느낌이다. 정동환 선생님 말씀대로 '절대 재생될 수 없는 딱 한 순간'이 연극에 존재하기 때문에 좋을 수 밖에 없다. 연극 배우에게 '재생은 곧 퇴보'다. 어려운 작품을 만나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의구심으로 항상 나를 괴롭히지만, 그래야만 내가 발전한다.

연극 도중 미세한 순간에 집중이 깨지면 다음 날은 하루 종일 그 장면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좀 더 좋은 방식으로 연기에 도전해보는 것이다. 매일 다른 도전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열정이 나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나 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들, 앙상블 모두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결국 이 작품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가야 할 길, 가지 않아야 할 길, 누군가가 인도해야 하는 길, 그걸 이겨내는 길까지. 그 장면들이 다양한 오브제로 상징화돼 무대로 만들어진다. 현실적인 휴머니티를 좋아한다면 이 연극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다양한 상징들을 신기하게 바라봐주신다면 강렬한 끌림을 느낄 것이다.

박결이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박결이 프로필 사진 [사진=본인 제공]

◆박결이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편안하게 연기하면서 정확하게 임팩트를 주는 것, 쏟아내야 할 땐 쏟아내야 하는 것. 결국 그 작품의 장르에 맞게 연기하는 게 '좋은 연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루셴카의 초반 악녀 이미지를 연기할 때 팜므파탈 같다는 평을 들었는데, 그게 나에게 있어 최고의 극찬이었다.

◆향후 활동 계획은.

세상을 살다보니 내가 살아온 대로 길이 나더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마치 운명처럼 작품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이 길에 배우로도 서 있고, 선생으로서도 서 있다. 이 길에 어떤 것이 먼저 다가올 지 기다리며 흐름에 몸을 맡겼다. 꾸준히 흘러가면서도, 배우의 끈을 놓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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