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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해적'의 수염: 수염도 패션


1월 개봉해 1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해적: 도깨비 깃발'은 넷플릭스가 투자해 전 세계로 배급하게 된 첫 번째 한국 영화다. 3월7일 현재 세계 TOP10에 오르며 K콘텐츠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양의 해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해적 바이킹스: 발할라 (Vikings: Valhalla)'는 드라마 부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동서양의 해적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두 작품에서 의상, 헤어스타일, 배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터프한 해적의 이미지 연출을 위한 공통점은 바로 수염이다.

'해적:도깨비 깃발' 속 강하늘. [사진=롯데엔터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 속 권상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의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다양한 남성의 수염은 남자들만의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윌 스미스(Will Smith), 브래드 피트(Brad Pitt),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등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수염은 코, 턱, 볼 등 위치와 길이에 따라 그 명칭이 매우 다양하다. 콧수염(mustache)만 기르기보단 턱수염과 함께 입가를 따라 이어지는 수염을 구티(goatee)라고 하며 로버트 다우니, 브래드 피트의 수염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염소(goat)의 수염과 비슷하다고 하여 생긴 명칭이다.

구티에서 좀 더 긴 수염은 비어드(beard)에 해당하며 얼굴을 좀 더 넓게 덮는 것이 구티와의 차이점이다. 또한, 옆 머리와 이어져 옆얼굴까지 내려온 수염은 사이드번(sideburns)이며 우리말에는 구레나룻이라는 재미있는 명칭이 있다. 이는 구레와 나루가 합쳐진 말이다. 구레는 소나 말의 머리에 씌우는 굴레의 옛말이며 나룻은 수염의 옛말인 '날옺'에서 온 '나롯'이 변한 것이다. 소나 말의 머리에 씌우는 굴레가 양쪽에 있기 sideburns를 구레나룻이라고 한다.

영어에도 재미있는 수염 명칭이 있다. 출퇴근 시간을 알려주는 표현으로 정규직(full time job)을 'nine to five job(9시부터 5시 직업)'이라고 한다. 아침에 나간 아들이 금세 키가 자라 귀가하듯, 출근한 남편의 수염도 그새 자라 퇴근한다고 하여 'five o’clock shadow(5시 섀도)'는 얼굴에 그늘이 진 듯 아주 조금 자란 수염을 말한다. 만약 한국 퇴근 시간을 반영한다면 아마도 'eight o’clock shadow' 정도는 될 듯싶다. 만약 일주일간 면도를 안 한다면 five o’clock shadow가 stubble이 된다. 셀럽 중에는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의 수염이 잘 다듬어진 stubble이라고 할 수 있다.

'No-Shave November(11월에는 면도하지 말기)'는 수염을 기르는 또 다른 문화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모금 운동으로 남자들이 11월 한 달 동안 수염 관리를 하지 않고 아낀 돈을 기부하는 모금 운동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수염 관리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됨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해적:도깨비 깃발'에서는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세련된 수염보다는 다소 터프한 이미지의 구티, 비어드, 구레나룻 세 가지 수염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사극에서나 수염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아빠, 남편, 오빠가 만약 수염을 기른다면 해적처럼 끔찍할 수도 있겠지만 서양문화에서는 수염을 기르는 것이 남자만의 패션처럼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다.

"Life is like a mustache, it can be wonderful or terrible, But it always tickles.(인생은 콧수염과 같다. 멋질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간지럽힌다.) - Nora Roberts(노라 로버츠)

이 말은 "기를까 말까?" 고민하는 남성들의 간지러운 욕구처럼 들리기도 한다. 수염으로 스타일 표현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남성분들에게 'wonderful'할 거라는 데 한 표를!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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