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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2022 아카데미 시상식이 보여준 패션의 가치


94회째를 맞이한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27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시상식은 배우들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을 연상케하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합을 의상과 소품으로 표현하거나, #WithRefugees가 새겨진 파란색 리본을 의상에 달거나 혹은 반지처럼 끼고 등장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다른 해보다 뜻깊은 시상식이었다.

지난해 여우조연상 수상자였던 배우 윤여정은 올해 남우조연상의 시상자로 등장해 여유 있는 입담과 재치로 윤여정이라는 가치를 드러냈다. 윤여정의 행동과 말은 언어, 인종, 문화, 국경을 뛰어넘으며 모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윤여정이 입은 옷은 샤넬 제품으로 눈에 띄는 금장 단추(gold medal button)와 언발란스 라인의 치마(asymmetric skirt)가 세련미를 더했다. 구두는 굽이 대략 6~8cm 정도 되는 펌프스 구두(pumps)를 신었으며 이는 정장이나 캐주얼에 모두 어울리는 가장 기본적인 신발로 명칭은 1500년대 남녀 하녀들이 굽 없이 편하게 신은 신발을 펌프스라고 한 것에 유래됐으며 이게 굽을 달아 여성 슈즈를 대표하는 가장 노멀한 슈즈가 됐다.

윤여정 [사진=아카데미시상식]
윤여정 [사진=아카데미시상식]

레드카펫에서는 반전 포인트를 보이는 의상들이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는 샤넬의 검은 턱시도 재킷과 단추를 오픈한 셔츠를 입고 짧은 반바지(short-shorts)로 반전 포인트를 주며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녀가 입은 반바지(shorts)는 일반적인 반바지보다 더 짧아 영어로 short-shorts라고 하며 긴 노멀한 정장 바지를 입었다면 크리스틴답지 않은 샤넬 룩이 연출됐을 듯하다.

동일한 브랜드의 같은 의상이라도 다른 느낌이 연출되는 것을 볼 때마다 "Fashion fades, style remains the same.(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코코 샤넬(Coco Chanel)의 명언이 떠오른다. 그들의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오랫동안 쌓아온 그들만의 스타일임이 분명하다.

모시 살라며(Timothyée Chalamet) 또한 반전 의상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재킷은 루이뷔통(Louis Vuitton) 제품으로 이미 여성복으로 패션쇼에 소개된 제품이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가슴을 드러내며(chest-baring) 재킷만 걸친 모습이 반전 포인트였다.

웨슬리 스나입스(Wesley Snipes)의 의상 또한 하의에 반전을 줬다. 자주색의 상·하의 턱시도 같지만, 버뮤다 쇼츠(Bermuda shorts)와 커머번드(cummerbund: 상의 안에 매는 비단 띠)처럼 보이는 띠를 허리에 매지 않고 길게 늘어 뜨린 것이 그의 반전 statement였다.

지역명을 사용한 버뮤다 쇼츠의 특징은 무릎까지 오는 길이와 넓은 폭으로 주로 남성들이 여름에 즐겨 입는다. '버뮤다'라는 명칭은 1914년 버뮤다 태생인 나다니엘 콕슨(Nathaniel Coxon)이 당시 tea shop을 운영하다가 유니폼 바지를 무릎 위까지 잘라 단(hem)을 붙여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에서 시작됐으며 워크 팬츠(walk pants), 하프 팬츠(half pants)라고도 한다.

뮤직 시상식에서 주로 힙합 느낌의 룩을 연출했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분위기에 맞춰 어깨가 드러나는(off-the-shoulder) 라인과 ruffled(주름 장식)가 가득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반전 포인트는 뒤로 길게 늘어진 드레스의 뒷부분이었으며 이는 기차 같은 모습을 하여 train이라고 불린다. 그녀의 의상은 이번에도 구찌 제품이었다.

기성복(ready-to-wear)과 상반되는 '오뜨꾸뛰르(haute couture)'는 프랑스어로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고객의 needs(필요함)에 맞춰 제작된 '맞춤복'이란 의미를 지닌다. 거의 모든 배우는 특별한 시상식이니만큼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훌쩍 뛰어넘는 하이브랜드의 오뜨꾸뛰르를 입고 시상식을 빛냈다.

"Quality is remembered long after price is forgotten.(가격이 잊히고 나면 가치가 기억된다)" - Aldo Gucci(알도 구찌)

패션이 영원하거나 영화 속 연기가 영원하기보단, 수백 년 전통을 이어온 하이브랜드의 의상을 그들의 이미지에 맞게 소화해 내는 건 그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스타일임이 분명했다. 또한, 그들의 영화 속 연기는 오히려 잊혀져도 그 연기를 한 배우가 지닌 성품이 영원히 기억된다. 영예로운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배우들은 영화 속이나 밖에서나 그들의 가치가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특히 들게 한 시상식이었다.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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