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온 국민이 아테네 올림픽에 열광하던 2004년, 선수들의 이름만큼이나 지면에 숱하게 오르내린 단어는 '연쇄살인'이었다. 범인을 추정할 수 없고, 범행 동기도 쉽게 파악되지 않는 살인사건이 서울 곳곳에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이 중 일부 사건은 비 오는 목요일 밤에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 사이엔 '목요일의 살인마'라는 괴담도 퍼져나갔다. 경찰은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고, 결국 연쇄살인마 유영철, 정남규 그리고 강호순을 검거했다. 이로써 많은 살인사건들의 진실이 드러났지만 모든 사건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듯 자백하던 연쇄살인마들도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며 부인해 결국 미제로 남은 사건들도 있었는데, 미아동 살인미수 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2004년 8월 19일 목요일, 그날도 우산대가 휘어질 정도의 장대비가 내렸다. 새벽 3시경,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귀가하던 여성 2명이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다. 십여 군데의 치명적 자상을 입은 피해자들은 주변 주민들의 빠른 신고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날의 범인은 빗물에 자신의 흔적을 실어 보낸 뒤 사라졌다. 같은 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도 40대 여성이 집에 침입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 사건 또한 범인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두 사건 모두 작은 칼이 범행 도구로 이용되었고, 부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피해자를 공격한 흔적이 공통으로 발견되었다.
잔인한 범행 수법과 이유 없는 공격. 범인의 시그니처는 비슷했지만, 끝내 사건은 경찰의 미제사건 파일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8년이 지난 2012년, 경찰에게 자신의 여죄를 밝히겠다며 편지를 보낸 사람이 있었다. 이미 두 건의 강도살인사건으로 두 번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쌍무기수' 이병주(현재 56세)였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백한다고 말했다. 미아동과 명일동 사건이 모두 자신의 범죄임을 시인했고, 그의 자백에 따라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렇게 또 두 개의 미제사건이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곧 진술을 번복한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특진에 눈이 먼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조작해 미제사건을 해결한 것처럼 상황을 꾸몄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자백으로 시작된 미제사건의 수사가 다시 미궁에 빠지는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명일동 사건은 기소조차 할 수 없었고, 미아동 살인미수 사건은 기소까지 했지만, 올해 1월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병주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 지난 3년 동안 지인에게 500장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 이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두 살인사건은 물론 나머지 자백했던 사건들 모두 자신의 범행이 아니며, 지금까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담고 있었다. 그는 정말 누명을 쓴 억울한 사람인 걸까. 아니면 잔혹한 범죄를 숨긴 교묘한 연쇄살인마인 걸까?
이병주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며 제작진에게 본인의 재판 기록 모두를 열람할 수 있는 동의서를 써주었다. 이에 더해 제작진은 이병주가 그간 작성한 525장의 편지, 경찰이 남긴 1천여 장의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연쇄살인범이 던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그간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 수많은 미제사건의 퍼즐을 풀었던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표창원 소장, 권일용 교수, 박지선 교수, 유성호 교수, 진술분석가 김경하 대표, 정신과 전문의 이광민 원장 등과 함께 다각도로 이병주가 자백한 사건을 분석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방송 직후 미아동 살인미수사건의 2심 재판이 열린다. 이번 재판에서 진범을 가리지 못한다면, 미아동 살인미수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영원히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상황. 사건의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인 지금, 제작진이 찾은 답은 무엇일까? 이병주는 일말의 양심도 없는 추악한 연쇄살인범일까, 아니면 사건 조작에 휘말려 누명을 쓴 희생양일까?
이번 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4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