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개봉된 영화 '탑건(Top Gun)'이 36년 만에 후속작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으로 돌아왔다.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는 배우 톰 크루즈(Tom Cruise)는 우리에게 톰 아저씨로 알려져있다. 언제나 친근한 그의 팬 서비스는 화제가 되어 왔다. 이번 방문에서도 한국식 손 하트, 팬들과의 주먹 인사 등 레드카펫을 밟으면서도 한명 한명의 환호에 꼼꼼히 답하는 일명 박음질 레드카펫 인사법을 어김 없이 보여주었다.
놀라운 건 36년 만의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리즈 시절에 연출한 몇 개의 장면이 완벽하게 2편에서도 재현되었다. 1편을 본 X세대뿐만 아니라 MZ 세대까지도 액션뿐 아니라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연기가 완벽했다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눈물을 흘리게 하는 스토리 라인과 이를 완벽히 소화한 톰 크루즈의 연기가 압권이었다는 것.
탑건은 해군 출신으로 항공모함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최고의 파일럿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등장인물들은 자신감과 패기로 가득하여 규율에서 벗어나 본인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캐럭터로 그려진다. 파일럿들은 각자의 콜사인(Call Sign)을 갖고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의 조정 방식을 보고 주로 만들어지며 주인공 매버릭(Maverick)의 의미는 '반항아, 비협조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이미지 연출을 위한 파일럿의 두 가지 시그니쳐 패션은 항공 점퍼와 보잉 선글라스이다.
항공 점퍼(bomber jacket)는 짧은 기장에 팔과 어깨 부분의 펑퍼짐함이 특징으로, 보온을 위하여 입는 점퍼로 'flight jacket'이라고도 한다. 소매와 재킷 끝 처리가 밴드처럼 조여진 것은 보온성을 위함과 동시에 공중에서 뛰어내릴 때 낙하산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홍보 행사 때 한국식 문양이 새겨진 곤룡포 항공 점퍼를 입은 톰 아저씨의 모습 역시 친근감을 주었다. 실크, 벨벳, 혹은 폴리에스터와 같이 광택 있는 재질의 야구 점퍼에 복잡한 문양의 일본풍 자수를 새겨 '스카잔'이라고도 불리는 이 점퍼는 제2차 대전 이후 미군 병사들이 입는 스타디움 점퍼를 보고 기념품으로 자수를 새겨 판 것이 유행했다는 설이 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스카이 드래곤)에서 스카잔(Sukajan, スカジャン)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다. 1960년대 일본에 미국 패션 열풍이 불어 젊은이들이 입기 시작하여 스카잔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입었던 점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곤룡포 점퍼는 전통 한국 문양과 곤룡포의 문양이 등과 소매에 수놓아 있어 스카잔과는 확연히 다른 한국적인 항공 점퍼였다.
항공기라는 의미를 지닌 보잉(Boeing)을 사용한 '보잉 선글라스'는 한국식 명칭이며 비행사라는 의미를 지닌 aviators가 올바른 영어식 명칭이다. 이를 유행 시킨 대표적인 브랜드는 레이번(RayBan)이다.
기타 해군의 대표적인 제복인 세일러 재킷(sailor jacket)은 어깨를 덮는 큰 옷깃이 특징이다. 이는 바람 때문에 소리가 잘 안 들릴 경우 깃을 세워 바람을 막거나 바다에 빠졌을 경우 옷을 찢어 헤엄치기 위함이었다. 영국 해군이 입기 시작하였으며 학생 교복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 속 대사를 살펴보면, 1편에서 매버릭의 파트너였던 구즈(Goose)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던 매버릭은 친구의 죽음 후에도 비행 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Talk to me Goose."라고 혼잣말을 한다. 2편에서는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Rooster)가 등장하며 매버릭은 2편에서도 "Talk to me Goose."라는 대사를 하며 36년 전의 우정을 재현한다.
1편의 명대사 중 본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 "Your ego is writing checks your body can’t cash."는 직역하면 "너의 에고(자만심)는 현금 수표를 적고 있지만, 몸은 현금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항공기를 조정하는 것은 항공기 성능이 아닌 파일럿에 달려 있다는 의미를 지닌 "It’s not the plane, it’s the pilot."의 명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36년이라는 긴 세월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톰 크루즈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Your eyes are watching his movie, and your heart keeps beating."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탑건 매버릭'은 1편을 즐겼던 X세대와 현재 MZ세대가 동시에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영화이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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