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쳐(Nature)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50~60세 유명한 작품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감독들의 공통점은 과거에 다양한 장르를 전전긍긍하던 행적이 있었다고 한다.
'연기에 물이 올랐다' '관중을 압도한다'와 같은 찬사를 쏟아낸 '오징어 게임'이 이와 같은 행적을 밟은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 낸 것임이 7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에미상(Emmy Awards)에서 다시 한 번 확인 되었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2020년에 1인치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으며 1시간 분량의 총 8부작인 긴 장편의 드라마를 영화처럼 순식간에 보게 만들었다. 이에 에미상 역시 최초로 비영어권 감독에게 그 영예를 수여하였다.
남우주연상을 탄 배우 이정재 역시 38년간의 긴 연기 경력의 결실을 맺었다.
최초의 상만큼이나 에미상에 등장한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의 의상이 연일 화제 거리다. 이정재의 수트는 그림을 그린 후 테두리로 마무리 하듯 재킷 선을 돋보이게 하는 보석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짙은 바탕색에 라펠과 포켓부분 라인은 밝은 색의 보석 처리는 한 슈트는 처음 보는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곡선으로 둥근 숄 라펠(shawl lapel), 삼각형 모양이 사이를 벌리고 있는 듯한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 밑 부분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 피크드 라펠(peaked lapel)이 대표적인 세 가지 라펠이다. 재킷의 포켓 또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주머니를 덮는 부분이 밖으로 보이는 '패치(patch) 포켓'과 여민 부분이 안으로 들어간 '제티드(jetted) 포켓'이 그것이다. 배우 이정재의 재킷은 피크드 라펠과 패치 포켓, 황동혁 감독은 숄 라펠과 제티드 포켓, 배우 오영수는 노치드 라펠과 패치 포켓의 재킷을 입고 등장해 남성 재킷의 대표적인 디자인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상식에서 늘 한국적인 미를 선보이는 배우 정호연은 자재를 연상하는 드레스에 배씨 댕기를 하고 등장해 지난 번 연출한 댕기 머리에 이어 한국적인 미를 의상에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댕기는 길게 땋은 머리의 끝에 드리는 장식용 헝겊이나 끈으로 머리 모양이 기혼 여부를 알리는 도구로 '댕기 머리'는 미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장식 이였다. 어린 여자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머리 가운데에 귀엽게 장식하는 댕기를 배씨 댕기라라고 한다. 그런지 댕기 머리 보다 배씨 댕기를 한 정호연의 모습이 더욱 어려 보이는 듯 했다.
프랑스어인 오트 쿠튀르(Chanel Haute Couture)는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고객의 needs(필요함)에 맞춰 일일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짧게는 수십 시간 길게는 수개월 동안 제작한 맞춤복을 의미하며 한 세기를 넘게 전통을 이어오는 하이브래드인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브랜드가 아직까지 오트 퀴튀르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그녀의 드레스의 자개 장식이 무려 600시간에 걸쳐 만들어졌기에 그녀의 드레스야 말로 진정한 오트 쿠튀르라고 할 수 있다.
수트(suit)라는 단어 역시 프랑스어인 suite에서 유래 되었으며 의미는 following(따르는)이다. 배우 오영수가 연출한 의상처럼, 재킷, 바지, 조끼(waistcoat)까지 따르는 스리피스(three pieces)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영수의 60년의 연기 인생, 이정재의 38년 연기 인생, 2007년에 '마이파더'로 데뷔한 감독 황동혁이 10년간 컴퓨터에 담아 두었다는 오징어 게임의 각본, 이 세 가지는 오랜 행적을 함께한 마치 스리피스와 같다.
이것이 74년 만에 에미상까지 1인치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needs를 충족시킨, 마치 수십 년간 제작된 드라마의 진정한 오트 쿠튀르같은 작품이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낸 듯하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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