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영어 문법책은 8품사 중 명사를 주로 앞부분에 다룬다. 명사를 공부하다 보면 복합 명사를 접하게 마련인데 이는 형용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관계와는 다르게 <명사+명사>는 하나의 명사처럼 굳어져 버려 암기가 필수다.
<형용사+명사>인 경우 발음의 강세(악센트)는 수식받는 명사에 있는 반면, <명사+명사>는 앞 명사가 악센트를 가져간다. blue jeans이라는 단어가 탄생될 당시에는 jeans에 악센트가 있다가 blue jeans가 한 단어인 명사로 인식 되면서 blue로 악센트가 자연스럽게 옮겨 간 것과 같다.
블루진(blue jeans)이라는 명칭은 청바지의 원료인 면직물 데님(denim)이 나는 곳인 이탈리아의 제노아(Genoa)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영국식으로 진(Gene 또는 Jean)이라고 발음하게 되었고, 바지를 팬츠(pants)와 같이 복수형으로 사용하면서 진(jean)이 진스(jeans)가 된 것이다.
복합 명사와 관련된 일화 중 케이블카(cable car)가 있다. 지난 8월에 서거한 구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가 통역사를 대동하여 미국을 방문 적이 있었다. 대화 도중 중 케이블카가 언급 되었다. 그 당시 미국엔 케이블카가 있었지만 구소련에는 없었다. 고르바초프의 통역사는 악센트를 car에 주며 <형용사+명사>와 같이 발음 했다. 사실 'cable car'는 복합 명사이기에 'cable'에 악센트를 줘야 한다. 한 국가를 대표해 활약하는 통역사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의 완벽한 이해가 요구되기에 주로 그 나라 출신의 통역사가 대통령의 통역을 맞게 된다. 발음 하나로 그 당시 구소련에는 케이블카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청바지는 흙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시작된 골드러시(Gold Rush)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금을 캐기 위해 마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독일 태생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면서 땅을 파는 광부들에게 잘 찢기지 않는 바지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Levi's 501의 시초가 됐다. 허리에 붙여진 패치 부분을 자세히 보면, 두 개의 마차가 청바지를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개의 말이 끌어 당겨도 찢기지 않는 질긴 바지를 묘사한다. 170년 넘은 지금까지 리바이스는 같은 패치를 사용하고 있다.
40대 후반에서 50대인 X세대들은 청바지 핏에 획기적인 바람을 몰고 왔던 청바지의 쌍두마차인 게스(Guess)와 캘빈클라인(Calvin Klein)를 기억할 것이다. 청바지 구매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 체형에 맞는 핏(fit)이다.
'깡마른'과 '날씬한'에서 다른 뉘앙스가 느껴지듯 skinny는 '너무 마른'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며, slim이 '날씬한'과 같은 긍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어 fit를 말할 때는 slim-fit(슬림 핏)이라고 하지 skinny-fit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청바지는 스키니 진(skinny jeans)이라고 하는 걸 보면 모든 핏을 소화하려면 다소 깡마른 체형이 되어야 하는 것도 같다.
청바지를 고르다 보면 가족 구성원이나 남친, 여친과 같은 단어가 복합 명사로 굳어진 명칭을 접하게 된다. 보이프랜드 진(boyfriend jeans)은 남자 친구 청바지가 길어 하단 부분(hem)이 접힌 디자인이며, 걸프랜드 진(girlfriend jeans)은 밑위 너비(crotch width)가 짧고 힙 부분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이 정도면 mom jeans, dad jeans의 디자인까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엄마 진은 골반 부분이 넉넉하게 여유 있는 디자인이며, 아빠 진은 리바이스 청바지에서 약간 통이 더 넓은 디자인에 가깝다. 혹독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분들은 과거의 흑역사를 보여 주는 넉넉해진 청바지를 보면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금을 캐기 위한 흙 역사로 시작된 블루진.. 패션은 돌고 돌기에 내 추억의 블루진에도 다시 유행이 찾아오길 바라며 추억을 입은 그 시절의 청바지가 옷장 어딘가에 몇 벌은 있을 듯하다. '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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