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김현이 '재벌집 막내아들'로 연극 무대에서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 내공을 제대로 터트렸다. 등장만 했다 하면 존재감을 뿜어내는 김현이 있어 더욱 빛이 났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지난 25일 종영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마지막 회에서 전국 26.9%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남겼다.
김현은 순양그룹 창업주이자 회장인 진양철의 아내인 이필옥 역을 맡아 50대 후반부터 70대까지를 연기했다. 실제 1971년생으로 50대인 김현은 특수분장 2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70대 노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올림머리에 빳빳하게 풀 먹인 치마저고리, 나긋나긋 조용한 말투와 온화한 미소로 존재감을 뽐낸 김현은 후반 자식을 위해 빌런을 자처하는 반전으로 극적 재미를 더했다.
이에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은 김현은 지난 28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집 막내아들'을 무사히 마친 소회와 함께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 이필옥으로서 진양철은 어떤 사람이라고 바라봤나.
"진양철은 외로운 사람이었을 것 같다. 큰 기업을 일으키려 고군분투하고, 어려운 삶을 이끌고 재벌이 됐다. 하지만 자식들은 성에 안 찬다. 외롭고 허한 사람이지 않을까. 부인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옆에 계속 있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진양철의 섬망 증세를 알아채고 이제야 내 사람이 됐다고 말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야망과 욕망이 가득한 것 같다. 그간의 감춰진 이 여자의 욕망, 야망이 그 대사에 함축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측은지심도 있었을거다. 사실 그 대사가 어려웠다. 대본이 막히고 어려울 때 주변에 연기 잘하는 친구, 후배를 만나서 연습을 하곤 한다. 그 대사도 그렇게 고민을 했다."
- 이필옥의 욕망은 무엇인가.
"우선은 자식이다. 자식이 승계를 받아서 이끌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윤기(김영재 분)에게 위로를 받는다. 대본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윤기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쓰시지?' 싶었다. 실제 촬영도 감독님이 제일 마지막 신으로 미뤄주셨다. 어려웠던 신이라 배려를 해주셨고, 김영재 배우에게 힘을 받았다."
- 매체 연기를 7년 정도 해왔는데, 이번 '재벌집 막내아들'은 더욱 특별함이 있었을 것 같다.
"아직은 부끄럽고 자유롭지 않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행동한다는 것이 아직은 부끄럽더라. 나의 동선 때문에 괜히 촬영 감독님이 바꾸고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을 알았다. 조한철, 송중기 배우는 베테랑이지 않나. 굉장히 유연하게 이끌더라. 송중기도 유연하다. 상대 입장을 생각해서 이런 정도로 에너지가 오면 좋겠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을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보여준다. 낙관 때문에 범인이 됐던 장면에서 '낚아채면 어떠냐'고 의견을 내줬다. 너무 좋았다. 저도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그걸 해결해주더라."
"조한철은 정말 좋은 배우인데 연극하는 느낌으로 공기를 숨쉬게 해준다. 촬영 스태프들이 있으면 그런 분위기가 나기 쉽지 않다. 공기를 잘 채워주는 친구라서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김정난 씨는 좋아하던 배우인데 전체 신에서 불편하면 서슴없이 얘기를 한다. 그런데 배우들 다 불편해하고 있었고, 연출도 고민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명쾌하게 정리를 해준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걸 김정난 씨가 해줘서 베테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역할도 잘하지만 전체를 보는 눈이 큰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 점이 많았던 배우들이다."
- 이성민 배우는 어땠나.
"이성민 선배님과는 2014년 '방황하는 칼날'에서 만났다.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인데 첫 날 얘기를 하니까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셨다. 인상 깊었다는 좋은 표현을 해주셔서 벽을 허무는 느낌이었다. 이성민 선배님은 정말 커다란 산 같다. 제가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니는데 아주 예전에 30대 후반의 이성민 선배님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정석용 배우가 하는 연극 '양덕원 이야기'를 보러 갔는데 이성민 선배님을 만난 거다. 정말 신선하다 생각했다. 선배님 대사가 없었는데 끝나도 나서 선배님 밖에 기억에 안 남더라. 연기를 정말 잘하셨다. 선배님과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잘 받춰주려고 노력을 하셨고 함께 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첫 신이 윤기네가 인사를 하러 왔을 때의 장면인데, 소름이 끼치더라. 선배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구나. 큰 산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느낌이었다."
- 며느리들과의 단톡방이 있다고 들었다.
"제가 상황을 봐서 단톡방을 만들어서 추진하는 것을 잘하고 좋아한다. 후배가 해야 하는건데, 못 기다리고 제가 해야 한다. 며느리들과는 두 어번 정도 만났고 김신록 공연도 봤다. 사실 연극과는 달리 드라마는 끝나고 따로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재벌집' 배우들과는 몇 번 더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연기 시작은 언제였나.
"연극 데뷔는 89년 고등학교 때다. 20살이 되었을 때 메이크업을 시작해 2년 동안 했는데, 상대방을 보며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극단에 92년도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소속이 되어 있다. 가끔 작업도 한다. 저도 30년을 한 길만 걸어왔으니 지독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맞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매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이가 다섯'이라는 주말 드라마가 첫 드라마였다. 그 때 저는 일일연속극, 미니시리즈 개념도 없는 상태였다. 주말드라마 같은 경우 출연하면 할수록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하면서 알았다. 그런 저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또 캐스팅 디렉터 안세실리아 씨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분이 저를 리스트업 해줬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또 제가 직접 프로필을 만들어서 전달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연락이 진짜 오더라."
- 너무나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
"저 아닌 일 같은 느낌이라 얼떨떨하다.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면 그런 표현을 하시던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다. 나이가 있고, 그간 우여곡절도 겪다 보니 일희일비 하지 말자는 마음이 상당히 강해서 똑같이 생각하자는 마음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성품 그대로 한 발 한 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싶은 것이 제 모토다. 어려서 성공을 해야 하고 스타가 되어야 하고 TV에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면 저는 지쳐서 5년 정도 하고 그만뒀을 거다. 30년 넘게 버틴 것은 이 일이 저에게 잘 맞았고 재미있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연극을 하던 세월도 너무나 소중하다. 무명, 유명 단어를 쓰는데, 저에게는 비위가 상하는 말이다. 그 기간은 저에게 감사한 시간이고 다시 20대로 간다고 해도 저는 대학로로 갈거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30년이 걸렸으니까 한 15년 정도 걸리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다. 이번 생은 길었으니 15년 정도면 좋겠다."
- 앞으로도 매체 연기를 지속할 계속할 계획인가.
"아직 성사가 된 것은 없지만, 저를 가만히 두지는 않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욕심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많이 내려놓으려 한다. '한 작품만 제대로 하자. 기름값만 벌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내가 빨리 떠야 한다 생각했으면 어렸을 때 그만뒀을 거다. 저에게 또 좋은 작품이 올거라 생각한다."
- 연기 인생 30년을 돌아보면 어떠한가.
"저의 목표 중 하나는 후배들과 같이 먹고 살자 하는 것이다. 제가 힘을 길러서 소개를 해주거나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10년, 20년 고생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서 같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제가 오지랖과라서 소개를 시켜주고 잘 되면 기쁨이 크다. 드라마 '링크'에 극단 여배우, 친구를 소개시켜 준 적이 있는데, 홍종찬 감독님이 오케이를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이왕이면 연기 잘하는 배우 중에 내가 끌어줘야 할 것 같은 친구가 됐을 때 기쁘고 희열을 느낀다."
- 의미있는 2022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올해를 돌아보면 어떠한가.
"저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주어진 일에 욕심 없이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약한영웅'은 편집이 많이 됐지만 '약한영웅'도 '재벌집'도 잘 됐다. 어떤 작품은 내가 똑같이 해도 안 될 수도 있다. 그저 주어진 길 한 발 한 발 내딛으려고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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