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다녀오겠습니다."
그야말로 경이롭다. 어떻게 이런 가슴 따뜻한 스토리와 황홀한 판타지 비주얼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블랙홀처럼 빠져들고 마는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소타는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 위기가 닥친다.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엔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를 잇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으로 불린다. 3.11 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과 마주하고 미래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으며 큰 위로와 감동을 안긴다. 그렇기에 후반 등장하는 "스즈메의 미래"라는 대사는 전율까지 느끼게 한다. 재난을 극복하고 나아가게 하는 힘, 바로 희망이다.
재난을 다루고 있지만, 극은 시종일관 따뜻하고 밝다. 판타지 장르답게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화려한 볼거리와 일본 곳곳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는 눈호강을 제대로 시켜준다.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액션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심장을 일렁이게 만든다. 당찬 소녀 스즈메와 비록 의자가 되어버리지만 멋진 소타는 물론이고 수수께끼 고양이 다이진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최강 신스틸러다. 특히 다이진과 의자의 추격전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안긴다. 한 번씩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코믹 요소도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최대 강점은 역시나 스토리에 있다. 폐허가 된 곳을 찾아 재난을 막기 위해 문을 닫는 스즈메는 과거 자신이 받은 상처와 마주하고 비로소 이를 극복해낸다. 미안함과 후회의 감정을 담아 눈물을 쏟아내지만, 결국엔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희망을 그려낸다. 이 같은 스즈메의 성장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위로하며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을 전한다.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버려지고 방치된 쓸쓸한 풍경이 강렬한 영감이 되었다. 사람이 떠날 때처럼 장소를 떠날 때에도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스즈메를 통해 "어떤 상처는 마주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의도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은 물론,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황금곰상 수상 이후 21년 만에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아 찬사를 얻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이 평범한 한 마디에 담긴 묵직한 의미에 눈물이 자연스레 터진다.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위대한 수작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3월 8일 국내 개봉. 러닝타임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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