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 우정,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왜?'라는 물음표를 지워낸 김다미와 전소니의 사랑보다 깊은 우정이 '소울메이트'를 빛나게 한다.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다.
미소와 하은은 1998년 여름 제주에서 처음 만났다.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이끌렸던 '웃지 않는' 미소와 '여름 은하수' 하은은 함께 하는 내내 뭐가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운지 늘 특별한 나날을 보낸다. 미소는 당근을 싫어하는 하은 대신 당근을 먹고, 하은은 미소가 골라낸 브로콜리를 맛있게 먹는다. 너무 달라서 더 좋은 친구, 미소와 하은은 그렇게 서로에게 '소울메이트'가 됐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하은에게 첫사랑이 생기면서 둘의 관계가 뒤틀린다. 미소와 하은은 각자 마음 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이별한다. 서울로 떠난 미소는 하은에게 보낸 편지와는 달리 혼자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거리감이 생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또 다시 헤어진다. 아픈 성장 속 성인이 된 후에야 비로소 서로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두 사람, 사랑 없인 그릴 수조차 없는 그림에 그리움을 담아낸다.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한 '소울메이트'는 제주와 서울을 배경으로 인생 가장 찬란하고 가슴 따뜻한 '나의 소울메이트'를 얘기한다. 하은의 블로그에 남겨진 글. 미소는 이를 읽어내려가며 지난 날을 떠올린다. 전소니의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가 전하는 하은의 이야기는 관객들을 그 시절로 인도하고, 설렘과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혹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사랑을 능가하는 두 사람의 우정에 '왜?'라는 물음표를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미소와 하은은 정확하게 자신들의 속내를 서로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답답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를 너무나 닮은 너'이자 '너를 너무나 닮은 나'가 되어버린 미소와 하은이기에, 어느 순간 '왜?'라는 질문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찾아온다.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어주는 건 그림이다. 하은은 미소를 통해 마음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피카소처럼 추상적인 그림만 그리던 미소는 하은이 남긴 그림을 통해 비로소 평생을 함께한 이 애틋하고 찬란한 우정에 방점을 찍는다. "니 얼굴을 그리고 싶어, 사랑 없인 그릴 수 조차 없는 그림"이라는 대사처럼,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을 사랑으로 꾹꾹 담아낸 하은과 미소의 그림은 그 자체로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이런 '소울메이트'를 반짝 반짝 빛나게 해준 건 역시나 김다미와 전소니의 폭발적인 감성 연기다. 전작인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이미 풋풋하고 청량한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 큰 사랑을 얻었던 김다미는 '소울메이트'에서도 자유로운 영혼 미소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냈다. 또 20대의 불안함과 고단함 속 요동치는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연기해내 극적 몰입도를 높인다. 30대가 된 후에는 강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단단하게 성장한 미소의 진심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극 속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인 미소를 이렇게 훌륭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김다미 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김다미의 스펙트럼은 놀랍고 환상적이다.
전소니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미소에 비해 정적인 느낌이 강한 하은은 그래서 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속으로 품고 있는 것이 많기에 이를 표현하는 배우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전소니는 하은이 느꼈을 미묘한 감정을 탁월하게 연기해내 캐릭터 설득력을 높였다. 우정과 사랑 사이 미움과 상실감,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선택과 그 속에서의 성장을 담담하고 적절하게 녹여냈다.
"나 말고는 이 세상에서 너 사랑한 사람 없어", "너 없이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울면서 쏟아낸 하은과 미소의 고백은 두 사람의 열연으로 완성된 '소울메이트'의 가슴 아픈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미소와 하은 그 자체가 되어버린 김다미와 전소니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여기에 더해 "얼굴이 다른 건 인생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너의 인생을 살아"와 같이 인생을 관통하는 명대사, 평생을 미소, 하은과 함께 한 고양이 '엄마'의 귀여움도 시선을 강탈한다. 친구든, 첫사랑이든, 혹은 가족이든, 나를 가장 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시간, 가슴 설레는 '소울메이트'다.
3월 15일 개봉. 러닝타임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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