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더글로리' 김건우가 밝힌 큰 송혜교→'동은오적' 막내몰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김건우에게 '더 글로리'는 자신의 배우 역량과 존재감을 맘껏 뽐냈던 작품일 뿐만 아니라 송혜교를 비롯해 임지연, 박성훈 등 존경과 의지를 할 수 있는 좋은 선배들을 만난 장이기도 했다. 이렇게 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끈끈한 케미를 자랑하는 '동은오적'이다.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송혜교와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차주영, 김히어라, 김건우, 염혜란 등이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2주 연속 1억 2천 만이 넘는 시청 시간을 기록해 영어권, 비영어권 TV 부문 통틀어 1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김건우는 박연진(임지연 분), 전재준(박성훈 분), 이사라(김히어라 분), 최혜정(차주영 분)과 함께 문동은의 복수 대상이 되는 학폭 가해자 손명오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을 펼쳐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었다. 이에 김건우는 23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더 글로리'에서 함께 호흡한 송혜교와 '동은오적'에 대한 감사함과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 가해자다 보니 이해를 하거나 공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캐릭터적으로 연민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나.

"촬영을 할 때 캐릭터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친구의 순수함을 찾았다. 어쨌든 다 좋게 생각하는 순수함이 있다. 동은이 계획을 잘 따라가고 서로의 이익을 찾아간다. 그게 잘못인 줄 모르고 오로지 눈 앞에 있는 것을 쫓아가는 것을 순수함이라고 생각해서 그 지점을 찾아봤다."

- 명오는 왜 재준이와의 인연을 못 끊는다고 생각하나.

"저는 재준이가 못 끊는다고 생각한다. 명오는 재준이의 손과 발이었다. 하지만 연락도 안 되고 카톡도 다 씹는다. 그러다 만나면 재준이가 명오를 때리고 욕한다. 안 좋은 연결고리인 것 같다."

- 송혜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감사했다. 대선배님이시고 저는 신인에 가깝다. 저에게도 중요하지만 누나에게도 중요한 촬영이다. 하지만 한번도 자기 페이스로 가져오려고 하는 것이 없다. 연기를 떠나서 좋은 신을 만들기 위한 자세로 임해줬다. 진짜 선배다웠고 어른 같았다. 저도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

- 동은과 명오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었지만 실제론 대선배인 송혜교가 나타나자 90도로 인사를 하는 반전 관계가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걸 찍고 있는지 몰랐다. 누나가 다 받아주고 열어줘서 쑥 빨려 들어갔다. 그래서 더 커보였다. 뭔가 요구하는 것도 있고 맞춰 달라고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하고 싶은대로 해라', '긴장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오히려 크게 느꼈던 것 같다."

- 첫 촬영은 무엇이었나.

"동은이와 떡볶이 집에서 윤소희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중요한 신인데 하필 첫 촬영이라 쉽지 않았다. 몸이 풀리고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걸 씻어준 것이 송혜교 누나의 큰 마음이었다.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다."

- 시체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9시간 걸쳐서 본을 떠서 만들었다. 하지만 계속 절 부르시더라. 이럴거면 왜 본을 떴나 할 정도였다. 촬영하면서 숨을 쉬다가 NG가 나곤 했다."

- '동은오적'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막내라 형, 누나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하던데 어땠나.

"촬영하는 기간에도 자주 만났다. 휴차 때마다 봤던 것 같다. 술도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굉장히 친해졌다. '혹시나 결과가 안 좋더라도 우리는 친밀함이 오래 유지될 것 같다, 속상해하지 말자'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잘 되고 사랑을 받게 되다 보니 관계가 정말 좋다. 단톡방도 활발하다. 아까도 지연 누나가 인터뷰 기사를 읽고 연락을 주기도 했다."

- 만남을 주도하는 인물은 누군가?

"임지연 누나다. 누나가 '모이자', '다들 시간 언제 되냐'며 주도한다. 그리고 잡일은 저에게 시킨다."

- '더 글로리'가 해외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 기대하는 바가 있나.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상을 많이 받았지 않나. 그래서 형 누나들 모여있을 때 '더 글로리'가 잘 되고 만약 미국 시상식에 가게 된다면 '나도 비행기 표를 끊어달라'라고 했다. 명오는 미국에 못 갈 것 같았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날 좀 데리고 가 달라는 장난을 했다. 그러면 '니 돈 주고 와라'라고 답을 하곤 한다."

- 그렇게 형, 누나들에게 몰이를 당하면 어떤가.

"이제는 익숙하다. 애정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있다. 이런 라운드 인터뷰가 저에게 적합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형 누나들이 분명히 '니가 어떻게 인터뷰를 해?'라며 놀릴 거다."

- 임지연 배우가 인터뷰에서 혜정이 가장 나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명오의 입장에선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임지연)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웃음) 당연히 박연진이 제일 나쁘다. 혜정이에게 어떻게 나쁘다고 할 수 있나 싶다."

- 악역을 너무 리얼하게 소화했다 보니 실제 학창시절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했나.

"굉장히 유쾌하고 쾌활하고 장난치는 거 너무 좋아한다. 복도나 운동장을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학생이었다."

- 지금까지 인상 깊은 악역을 많이 했는데, 악역의 매력이나 장점이 있다면?

"악역도 드라마에서 중요한 캐릭터고 극을 이끌어가는데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표출을 많이 해서 통쾌함이나 시원함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악역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