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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스즈메' 신카이 마코토 "韓, 친구 집 놀러온 느낌…봉준호 협업 부럽죠"


[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400만이 넘는 한국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캐슬]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캐슬]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개봉 31일 만에 올해 최단 기간 400만 돌파에 성공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35일 연속 1위 기록을 세우며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2004년 이후 신작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아 소통해왔다. 한국 분들과 소통해온 결과가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첫 인사

바쁘실텐데 많이 와주셔서 놀랍다. 감사드린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이렇게까지 한국에서 봐주실 줄 상상도 못했다. 스스로 매우 놀랍다. 지난번에 왔을 때 '300만 관객 넘으면 오겠다'고 했는데 다시 오니 500만 관객이 넘었다. 정말 감사 인사를 위해 한국에 왔다. 마음 편히 뭐든 물어봐 달라.

◆이렇게 빨리 내한하게 될 것이라 상상했나

지난번에 왔을 때 이 영화가 일본에서 12년 전 재해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분들이 즐겁게 봐주실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없었다. '너의 이름은'은 알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영화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일본 사회를 그려낸 부분이 있어서 불안했다. 결과적으로 '너의 이름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걸 알게 돼 안심했다. 이번에 한국에 온 건 친구 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으로 올 수 있었다. 지난 번에 왔을 땐 일정이 많고 굉장히 바빴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 올 땐 일은 오후까지만 하고 저녁엔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시자는 얘기를 나눴다. 이번에도 날마다 밤 10시까지 스케줄이 있어 '약속과 다르지 않나' 싶었지만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신거라 생각해서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좀 더 여유롭게 술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나도 그게 굉장히 신기하다. 오히려 여쭤보고 싶은 부분이다. 이렇게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셨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이 계시면 말씀 해달라. 20년 정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데, 2004년 이후 신작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았다. 그 사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좋았던 적도 있고 좋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과 상관없이 매번 한국을 찾았고 소통했다. 그렇게 한국 분들과 소통해온 결과가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사진=쇼박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사진=쇼박스]

◆한국 관객들의 평을 본 적 있는가

트위터로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더라. 그래서 그런 것을 읽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 올리는 SNS는 읽지 못한다. 나의 팬들이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현지 매체에서 '스즈메의 문단속' 호성적이 한국의 '예스 재팬' 세대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예스 재팬'이라 생각하기보다는 한일이 서로 저항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케이팝,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본다. 한국에서도 '슬램덩크'가 대 히트 했고 '스즈메'도 봤다. 그게 일본 것이라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재밌는 걸 즐기는 거라 생각한다. 한국서도 케이팝을 한국 것이라서 좋아하는게 아니라 노래가 좋아서, 얼굴이 예뻐서 즐기는 것 아닌가. 난 한일의 문화적 장벽이 정말 없어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스즈메'도 실사화 될 시 한국 배우의 출연 혹은 더빙을 염두를 두고 있는가

부끄러운 말이지만 인간 배우에게는 크게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이름을 못 외운다. 그러나 영화, 드라마를 보는 건 좋아한다. 바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죄송하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듣고 있는게 아이브의 노래다. 그 중 '아이 엠'을 매일 듣고 있다. 그 멤버 이름은 한 명도 알지 못한다. 그 친구들이 굉장히 예쁘고 파워풀하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이름을 아무도 모를 정도로 둔감한 편이다.

◆인간 배우에게 큰 흥미 없는 이유가 있나

실사 영화 감독이라면 항상 배우들에게 관심을 가질테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배우에 대해 그렇게 관심 갖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은 배우 없어도 제로부터 사람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관심이 없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디션을 열어 배우를 선정하는 걸까 궁금해 하실텐데 비밀을 말씀드리겠다. 실사 감독님들이 배우들을 많이 만나니까 그 분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이와이 슌지 감독과는 가까운 사이라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소개를 받기도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쟈니스 소속 마츠모토..? 이와이 슌지 감독 작품에 출연하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배우라는 얘기를 들었고, 실제로 봤더니 너무 좋아서 캐스팅했다. 그런데 '스즈메'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보다 먼저 개봉하게 됐다. 마치 내가 먼저 그 목소리를 찾아낸 것처럼 보여져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 죄송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본 적 있나. 또는 한국 작품 중 애니메이션화 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

한국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거의 없다. 일본 영화계에서 상영되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없다. 한국의 좋은 실사 영화는 많이 있다. 한국의 실사는 각본이 매우 강력하고 '블러쉬 업' 돼 있다. 영화관에서 보고 충격 받았던 영화는 '부산행', '엑시트'다. 영상, 연출도 뛰어나지만 그 무엇보다 각본이 매우 뛰어나고 강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매우 히트할 것이라 생각했다. 각본을 개발하는 힘이 있는 한국인데 글로벌 히트를 하는 애니메이션은 왜 없는지 의아할 정도다. 아마 내가 공부가 부족해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한국의 좋은 애니메이션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 리스트를 받아서 꼭 보고 싶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캐슬]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캐슬]

◆애니메이션보다는 영화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전작들과 다른 방식의 작화, 표현 기법이 들어간 것이 있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작과 다른 새로운 표현 기법, 작화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1초에 24장을 사용하는데 이건 바뀌지 않는다. 최근 '아바타2'를 보며 프레임 수를 더 많이 올려서 1초에 60장 정도까지 올린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상영되는 걸 보면 우리도 변해야 하나 생각하지만, 아직 시도를 해본 적은 없다.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듯이 원시적이면서 장인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특별한 건 없지만 어쩌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각본이나 스토리보드가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라이벌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구체적인 라이벌에 대해 생각하자면, 다른 실사 영화가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틱톡, SNS, 유튜브 쇼츠 등이 라이벌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피드나 템포가 빨라서 나 역시 그것에 지지 않을 정도로 정보량을 담으려 한다.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스피드가 있고 전개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젊은 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라 생각한다.

◆다이진을 고양이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다이진은 개가 될 수도 있었다. 일본 신사에 가면 문 옆에 개 석상이 있다. 그래서 개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로 선택한 건, 다이진이 자연 그 자체의 상징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름답다가 무서워지는 변덕이 있는 자연. 스즈메는 자연재해와 싸웠고, 아름답지만 그만큼 변덕스럽고 예측 못할 존재라 생각하면 그것과 가장 어울리는 동물이 고양이라 생각했다.

◆다른 나라의 재난을 영화화할 생각이 있나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다. 최근 10년 정도는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드는데 9년이 걸렸다. 내가 사는 장소에 대해 그려내고자 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 속에서 자신을 크게 변화시킬 사건을 만난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것은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내가 피해 입은 건 아니지만 내 속에서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12년간 난 그 재해를 생각해왔다. 내 작품 모두 동일본 대지진을 생각하며 그린 영화다. 나의 발 밑을 바라보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많이 봐주시는 것이 신기하다. 다만 계속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일은 남을 바라보는 것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바라보면 타인으로 이어지는 길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캐슬]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캐슬]

◆한국서 협업 제안을 받은 작품, 배우, 감독이 있나

지금까지는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없고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 나와 같이 일하는 프로듀서는 봉준호 감독님과 일한다고 내게 자랑을 하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드는 지는 모르지만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차기작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 싶다고 말한 적 있는데 어땠나. 그리고 이번 영화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마지막 영화라 표현해도 될까

특별히 실마리를 얻진 못했다. 이번에 제주도에 가게 되는데 한국의 그런 시골 풍경은 본 적 없어서 어떤 영감이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제대로 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단은 기대를 하고 있다. 최근 여러 나라들을 다녀보면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매번 들을 때마다 '그것 괜찮네' 생각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자면 내가 계속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본을 무대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등장 인물은 여러 나라 인물이 담기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지금 시대 리얼리티에 더 맞지 않나 본다.

앞으로 재해를 그린 영화를 만들지 안 만들지 모르겠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 때 재난 3부작을 만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재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세 편 연속 이런 영화가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아직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 잊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세 편이 이렇게 나온 것 같다. 다음 작품도 재해를 소재로 하면 관객들이 질릴 것 같아서 다른 테마에 도전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슬램덩크'를 제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어려운 질문이다. 물론 기쁜 기분이었다. 일본에서도 두 작품이 라이벌이고 중국에서도 두 작품이 라이벌이다. 한국서는 슬램덩크보다 스즈메가 늦게 개봉해 고맙게 생각한다. 슬램덩크를 보며 일본 애니메이션 재밌다고 느꼈기 때문에 스즈메를 더 많이 봐주신 거라 생각한다. 슬램덩크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본다. 중국서는 개봉 순서가 반대였다. '스즈메'가 1위인데 '슬램덩크'가 개봉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붐이 일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중국서는 스즈메가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슬램덩크든, 스즈메든, 명탐정 코난이든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들이 보는 건 행복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도 장르로서 인기가 있는 것처럼, 장르로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잘 되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인사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르적으로 힘을 가진게 기쁘지만,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 한국 중국 태국 등 아시아에서 내는 콘텐츠가 힘을 가졌으면 한다. 그 중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더 힘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션에도 기대하겠다. 오늘 정말 감사드린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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