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성에 대해 이렇게 적나라하게 담아낸 예능이 또 있을까. '성+인물'이 공개 즉시 뜨거운 감자가 되어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논란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은 앞으로 공개될 대만편까지 좋은 담론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전했다.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로, 보편적인 관심사이지만 나라와 문화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성'을 접점으로, 다른 나라만의 특별한 성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JTBC '마녀사냥', '효리네 민박' 등을 만든 정효민 PD와 '코리아 넘버원'의 김인식 PD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지난 25일 일본편 6편을 공개했으며, 대만 촬영도 마쳤다.
하지만 공개 직후 국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특히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 AV 배우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에피소드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AV를 예능적으로 소비하며 가볍게 다뤘다며 비판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AV를 제작하는 게 합법이지만, 아직 국내에선 AV 제작 및 배포가 엄격히 금지된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AV 배우들과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게다가 AV 배우가 "AV는 성범죄를 감소시킨다"라고 발언하는 것이 그대로 담기면서 AV산업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불똥은 MC에게로 향했다. 특히 신동엽에겐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인 SBS 'TV 농물동장'과 tvN '놀라운 토요일' 하차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신동엽은 지난 28일 진행을 맡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호기심이 많다. 야한 것도 좋아하고. 도전을 한다"라고 자신의 롱런 비결을 언급, 논란을 정면돌파하기도 했다.
그리고 2일 '성+인물' 제작진이 나섰다. 정효민 PD와 김인식 PD는 이날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논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촬영 당시 고민했던 지점 등을 고백했다. 다음은 정효민 PD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공개가 된 후 여러가지 반응이 있었는데 어땠나.
"릴리즈 하고 나서 대만 촬영을 하고 어제 돌아왔다. 국내 반응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촬영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체크를 했다. 대만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부분들이 많다. LGBT(성소수자)와 성박람회 촬영을 했다. 그 와중에도 휴대폰으로 봤는데 성에 대한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 기획의 시작부터 과정이 궁금하다.
"1년 반 전에 기획을 했다. 방송사에 있다가 나와서 스튜디오 설립을 했고,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각기 다른 문화를 다뤄보자는 얘기로 흘러갔다. 먼저 '코리아 넘버원'을 하고 난 후 미드폼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준비를 하자고 했다. 기준 예능 사이즈가 아니라 20~30분의 6개짜리 짧은 에피소드에 한국과는 다른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지 않나 싶어 기획을 하게 됐다."
-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신동엽에게 '동물농장' 하차 요청이 빗발쳤다. 그 부분에 대해 제작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성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렸을 때 누구나 생각하는 분이 신동엽이다. 플러스로 인터뷰를 끌어내는 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MC들의 태도를 생각하게 됐다. 가십으로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가진 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중하게 대하면서도 유쾌했으면 했다. 그래서 신동엽, 성시경에게 제안을 했다. 해외 촬영이다 보니 쉽지 않았는데 스케줄을 잘 조율해서 찍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감내해야 하는 일인데 신동엽에게 '동물농장' 하차 요구를 하는 것이 되다 보니 PD로서는 너무 죄송한 지점이다."
- 대만 촬영 당시 얘기를 한 것이 있나.
"미안해서 얘기를 못했다. 대만에선 촬영에 대한 얘기만 계속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 공개 후 논란이 되는 장면들이 온라인상에서 캡처가 되어 퍼지기도 했다.
"일명 짤도 또 하나의 가공인 건데 그렇게 퍼지고 얘기가 되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성인들이 보는 콘텐츠이고, 이야기의 맥락에서 순간 순간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고 끌어주는 농담이 있을 순 있지만 전체적인 건 그 분들이 그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을 하면서 느끼는 괴로움과 기쁨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것을 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끼는 건 방송을 실제로 본 시청자들 사이엔 생각의 변화도 있는 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다."
- 일본편이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대만편에 편집점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어제 촬영을 마쳐서 아직 생각한 것은 없지만 방향성은 같은 것 같다.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이들의 신중한 태도에 대해, 그리고 직접적인 소신을 들여보려고 했다. 이것이 직업에 한정되는 건 아니다. 섹스로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는 지점을 두려고 한다. 직업적인 특성일 수도 있고, 게이나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각기 성에 대한 다른 생각과 공통점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 AV배우들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신동엽이 상황극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능이긴 하지만, 너무 희화화 된다는 지적도 있다.
"VR 장르 촬영이 다르냐고 물었을 때 고충이 많다는 얘기와 함께 어떤 시점으로 보여지는 지에 대한 역할극이었다. 보통 시점으로 연기하는 것에 대해 보여주는 정도였는데, 걸러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는 지점인 것 같다."
- AV를 다뤄야 했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신중하게 접근을 하려고 했다. 일본에서 AV가 엔터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이를 다루지 않고는 일본을 다룬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치우치지 않게 이를 다루자고 했다. 전문 배우, 그리고 감독을 통해서 AV와 어느 정도 포지션에 있는지 충분히 들어보려고 했다. AV가 남성의 시각에서만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님을 알리고 싶었다."
- AV가 여성을 대상으로 착취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고, 이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성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을 존중해야 했다. 그 분들에게 성적 착취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결례가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배우가 'AV가 실제라기 보다는 판타지다. 실제를 보여주는 AV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건 AV 산업에서 금기시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들이 직업을 물어서 고민이 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될 것임을 알고도 나왔다고 말한다. 이 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고민을 예능적으로 수용하고 담아내려 했다는 노력으로 생각해달라."
- '마녀사냥'도 처음에는 논란이 있었다가 차츰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커졌던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성+인물'도 향후 기대하는 바가 있나.
"'마녀사냥'도 처음에는 미디어에서 나와도 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정해주는 건 시청자들의 판단이었다. 이번엔 넷플릭스에서 6편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러다 보니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걸 보면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은 담론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대만편까지 보여드리고 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기대를 하고 있다."
- 좋은 담론이란 건 무엇인가.
"기획을 할 때 우려하거나 고민한 것은 커뮤니티에서 성별로 의견이 많이 갈리지 않을까 였다. 막상 릴리즈가 되고 나니 성별이나 나이도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의 가치관, 수용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보이더라. 서로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하거나 미워하기 보다는 여기까지는 합의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 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 AV에 대한 미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문제 의식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아쉬움은 없나.
"배우가 '성범죄가 줄어든다'는 말을 했을 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 정서에는 충격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편집하지는 않았다. 다만 뒤에 2030 세대를 만나서 하는 토크가 있었다. 신동엽이 AV 배우들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반인들에게 물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저희가 교양, 시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통계를 내거나 찬반 투표를 할 수는 없지만, 여러 의견을 담으려 했다. 미화나 한 의견을 수용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보는 분들도 내 생각과는 다르다고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만편도 성소수자들을 다루는데, 저희보다는 최대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하려고 한다."
- 법적인 부분을 떠나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텐데.
"19금을 다룰 때는 고민이 되긴 한다. 어른들이 향유할 수 있는 부분엔 음주나 폭력성도 있다.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한다. 음주 규정도 나라마다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도덕적인 비판과 법률적인 판단은 문화적으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조심스럽게 수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보게 됐던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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