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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하정우 "감독 차기작 '로비', '허삼관'과 달라" 피끓는 영화 열정


(인터뷰)배우 하정우, '비공식작전'으로 김성훈 감독·주지훈과 재회
"'대부' 제작 비화 담은 '디 오퍼' 보며 눈물, 연기 20년에도 늘 매너리즘 극복 노력"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20년 동안 연기자로, 또 감독으로 영화와 함께 걸어온 하정우가 '비공식작전'으로 돌아왔다. 2020년 개봉된 '클로젯' 이후 약 3년 만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하정우는 자신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가슴을 뛰게 했던 영화를 보며 극복해낸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그만두지 않는 한 그 마음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열정은 9월 추석 개봉될 '1947 보스톤'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세 번째 감독 도전작 '로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버디 액션 영화다. '끝까지 간다', '터널',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김성훈 감독과 '신과함께' 시리즈 하정우, 주지훈의 재회로 기대를 모았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하정우는 출세를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 역을 맡아 주지훈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터널' 이후 다시 만난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은 눈빛만 봐도 속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남다른 우정을 자랑하는 사이로, 이번 '비공식작전'에서도 찰떡 같은 합을 보여준다.

이에 하정우는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비공식작전'을 위해 노력한 지점, 김성훈 감독과 주지훈을 향한 깊은 애정, 20년차 배우로서 가지는 마음가짐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김성훈 감독과 '터널' 이후 재회를 하게 됐다.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데, 어떤 점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코드가 잘 맞는 부분이 있고 취향도, 삶의 태도도 비슷하다. '터널'에서 고립이 되는데, 그 안에서도 여유를 많이 찾으려고 할 것 같다. 그것이 저만의 생존 방식이다. 감독님도 마냥 우울해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그 안에서 적응해서 살아보려고 도전할 것 같다. 저는 숙취가 엄청나지만, 그냥 누워있지 않는다. 누워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는 운동하거나 빨리 해결하려고 몸부림친다. 감독님도 그렇다. 비슷한 점이 많고 영화 캐릭터도 같이 이해하고 바라보니 저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더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주지훈 배우와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 만났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매우 많은 분이 '신과함께' 시리즈를 봤기에 강림과 해원맥의 잔상도 많이 남았을 거다. 기시감이 엄청나게 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김성훈 감독님이 정해놓은 스토리 안에서 의식하며 연기할 수는 없다. 주연 배우로서 작품이 계속 쌓이다 보면 따라다니는 평생의 숙제다. 그 부담에 갇혀서 방해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니 그 숙제는 평생 풀어가야 할 부분이다. 작품 안에서는 발목이 잡히면 안 된다. 본질에 집중하면 관객들도 그걸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 작품에 대한 만족도나 부담감은 어떤가.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흘러가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저희는 재미있게 만들었지만 다 취향 차이가 있지 않나.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하고 콘티 작업을 하는데 의견이 다 다르다. 그 의견을 듣고 잘 솎아내서 최종 선택을 하는 것이 어렵다. 관객 평가도 다양하게 나올 테고, 작품에 임하고 만드는 부분에서 깨닫는 것이 많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 작품을 함께 발전시켰다고 했는데 그 과정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외국 배우들이 많다 보니까 그들이 리딩에 참석을 다 못한다. 그래서 제가 일인 다역을 했다. 그렇게 감독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글로 읽는 것과 달리 음성으로 듣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중복이나 템포가 처지는 것을 캐치할 수 있다. 지문을 다 읽으면서 그런 것을 찾아내 도움을 드리려 했다."

- 액션도 빼놓을 수 없다. 평범한 인물들의 액션이다 보니 현실적이면서도 쾌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18분 동안 이어지는 카체이싱까지, 주도적으로 액션을 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액션신이 수동적이다. 묶여서 매달리고, 택시가 대신 액션을 해준다. 배우로서 답답한 부분도 있다. '베를린'에서는 직접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데 '비공식작전'은 제약이 심하다. 김성훈 감독이 놀라운 건 다른 형태의 액션으로 바꿔 표현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택시다. 카체이싱이 극의 정점을 이루게 한다. 그걸 민준이나 판수가 아닌 택시가 해낸다는 것이 놀랍다."

- 하정우에게 김성훈 감독은?

"만약 9월에 뭔가 (작품을) 찍어야 한다고 했을 때, 똑같은 시기에 감독님이 자기와 찍자고 한다면 전 감독님 영화를 먼저 찍을 거다."

- 캐릭터에서 하정우가 보인다는 건 그 정도로 싱크로율이 잘 맞고 찰떡같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 같다.

"감독님이 꽉 채우지 않고 하정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찾아보고 고민할 구석이 있었다. 그 인물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고,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연기가 는 것일 수도 있다. 연기를 20년 했는데 늘 수밖에 없지 않겠나. 어떤 영화에서는 계획을 짜고 엄청난 연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몰라본다. 그런데 어떤 작품은 그냥 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본능적으로 그 인물을 표현할 때 '조금 더 진심을 넣고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 모로코에서 '비공식작전'을 촬영할 때 주지훈 배우와 요리를 직접 해서 먹었던 일화도 화제가 많이 됐다.

"그때 물물교환이 가능했다. 지훈이 부엌보다 우리 집 부엌이 더 좋아서 저는 사골을 끓였다. 뼈를 얻어다가 고아서 지퍼백에 넣어 차곡차곡 얼려뒀다. 지훈이는 반찬을 많이 했는데 특히 장조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돌아가면서 식자재를 부탁했다. 돌김, 미니 돈가스, 소시지, 편육, 족발 등등 오가는 사람들에게 식자재, 식료품을 공수해 먹었다."

- 코로나 시국에서 해외 촬영이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어땠나.

"뭐만 하면 검사를 해야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수리남'을 찍고 격리한 후 파리에 모였다. 또 검사를 받고 격리해 지내다가 모로코 정부에서 허가가 나 넘어갔다. 제 분량은 4개월이었다."

- 그렇게 오랫동안 해외 촬영을 하면 향수병이 생기지 않나?

"생긴다. 하지만 코로나 때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니 연장선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나 싶다. 만약 자유로웠다면 고립이 됐을 때 정말 힘들었을 텐데, 코로나 시국을 겪다 보니 모로코에서 생각보다 적응 잘하고 괜찮았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선 치안 문제로 집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 '비공식작전'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판수가 돈을 가지고 간 후 들개들에게 쫓기다가 아침에 걸어가던 장면을 좋아한다. 그 연기를 할 때 찰리 채플린을 생각했다. 영화란 꿈을 처음 꾸게 해준 것이 '모던 타임즈'였다. 아이를 툭 차고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그 장면 생각이 났다. 그때의 걸음걸이를 떠올리면서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

- 20년 동안 연기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었나.

"매번 빠진다. 비슷한 말투나 일차원적인 표정, 눈빛, 화술, 호흡이 바뀌려면 큰 깨달음, 사건이 있어야 한다. 늙어간다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사건이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솔루션을 찾는다기보다는, 살아가는 것에 포커싱을 맞춘다. 내가 가슴 뛰며 본 영화를 다시 보면서 숨 고르기를 한다.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를 보며 기다리는 것 같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 어떤 영화를 보나.

"'대부'를 굉장히 좋아해서 엄청 본다. '대부' 제작 비화를 담은 시리즈물인 '디 오퍼: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는 많이 울었다. '대부' 제작기는 풍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지만, '디 오퍼'는 카메라 뒤의 모습을 시각화하기 때문에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프란시스 포드 포폴라와 제작자 알버트 S. 러디가 말론 브론도를 캐스팅할 때 그의 집에 간다. 그때 말론 브란도는 스태프에게 구두약을 가져오라고 해서 자신의 금발 머리를 검게 칠하고 '이게 내가 생각한 돈 꼴레오네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들었던 얘기를 목격하니 큰 감동이 세게 왔다."

- 과거 피가 끓어서 영화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저는 영화 작업이 잡힐 듯 안 잡히는 것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인 것처럼. 눈이 멀어서 시나리오 구조를 못 읽기도 한다. 연출자로서 시나리오를 보면 흐릿해진다. 그것이 피를 끓게 만든다. 영화를 소유하고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꺼지지 않을 것 같다."

-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에 이어 세 번째로 준비 중인 감독 차기작 '로비'라는 작품은 어떤가.

"'롤러코스터'는 순수하게 '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였다면, '허삼관'은 '상업영화로 성공하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다. 접근 방식이 다르다. '허삼관'도 진심이었지만, 순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로비'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작품만 생각하면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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