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인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패션계를 개척한 디자이너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영어로는 vanguard(선봉, 선두)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군사용어에서 시작되었으며 군대의 전방 부대나 진영을 의미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 패션, 문학과 같은 분야에서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고 새로운 표현 양식을 실험하는 선구자를 뜻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였다.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디자이너들의 영감은 다양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다미에르(Damiere:프랑스어로 체크무늬라는 의미)는 아르누보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Ambition to Create Novel Expressions'(새로운 표현을 창조하는 야망)의 앞글자를 딴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의 창립자인 조니 요한슨(Johnny Johansson)은 스웨덴 광고회사로 시작하여 우연히 컴퓨터 옆에 놓여 있는 핑크색 포장지에 매료됐다. 이후 핑크는 아크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컬러가 되었다.
마저리 월리암스(Margery Williams)의 벨벳토끼(The Velveteen Rabbit)는 1922년에 출간된 동화책으로 분홍색 공단이 덧대진 귀를 늘어뜨린 벨벳토끼가 '진짜' 토끼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Real isn’t how you are made, It’s a thing that happens to you. When a child loves you for a long, long time, not just to play with, but REALLY loves you, then you become Real.'(진짜가 되는 건 네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아냐, 그건 네게 일어나는 일이야. 아이가 너를 오랫동안, 정말 오래, 노는 게 아니라 진짜로 너를 사랑할 때, 그런 사랑을 받을 때, 그때 너는 진짜가 돼.)라는 말을 듣고 '진짜'가 되기를 원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털이 닳고 콧수염이 떨어지는 물리적인 변화와 함께 진짜 토끼가 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이 토끼를 못 알아보게 된다.
토끼는 현실 세계에서는 주어진 물질적인 형태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 안에 사랑과 감정과 같은 귀중한 가치를 잃고 토끼에 대한 애착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토끼가 '진짜'로 변한 모습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외모나 외부적인 변화보다는 내면의 감정과 사랑이 어떻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아동문화의 클래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셀렙들이 사랑하는 K 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곽현주 컬렉션에서 그녀의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벨벳 토끼로부터 받은 영감을 패션쇼를 통해 9월8일에 선보인다.
“패션은 나의 거울이다. 자신의 마음이 거울처럼 투과되어 나 자신을 보여 주는 게 패션이다."(Fashion is my mirror. It's a reflection of your own heart, like a mirror that reveals yourself.) by 곽현주(Hyun Joo Kwak) 의 말처럼 외면에만 치중하지 않은 내면의 미, 벨벳 토끼가 주는 '진짜'가 되기 위한 교훈, 딸을 사랑하는 마음인 이 세 가지가 이번 패션쇼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환경 문제를 위한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에서부터 클래식, 모던, 발랄함, 몽환적인 분위기 등 일상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는 아방가르드한 디자이너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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