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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1947 보스톤'→러닝 크루…임시완 "결국 배우로 귀결"


(인터뷰)배우 임시완, 영화 '1947 보스톤' 마라토너 서윤복 役 열정 폭발
"완급조절 잘하는 하정우 형, 여행하며 반가운 친구된 정해인"
"3년 전 나의 연기 보는 것이 괴로워, 배우로서 나를 백지화시키는 작업"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이후 인터뷰로 다시 만난 배우 임시완에겐 더 진해진 여유와 안정감이 느껴졌다. 잘생긴 얼굴에 기자들을 위해 준비한 휘낭시에를 건네는 배려심도 훈훈하지만, 질문 하나하나 정성껏 대답하는 진중함과 차분함이 돋보였다. 엄청난 열정과 노력으로 일군 '1947 보스톤' 속 서윤복 선수만큼, 현실 속 배우로서 차근차근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임시완 역시 빛이 나는 순간이었다.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9월 27일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되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강제규 감독이 내놓은 신작으로, 국민의 영웅이라 불리는 마라토너 손기정과 서윤복, 남승룡의 이야기를 담았다.

임시완은 서윤복 역을 맡아 하정우, 배성우, 김상호, 박은빈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뛰어야 하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자 늘 국가대표의 책임감으로 촬영에 임했다는 임시완은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며 체지방 6%를 완성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러닝타임 내내 뛰고 또 뛰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 극찬을 얻고 있다. 이에 임시완은 지난 21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1947 보스톤' 촬영 비하인드와 그간 기울였던 노력, 러닝의 매력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하정우 배우와는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정우 형은 식견이 넓고 해박한 분이다. 촬영 끝나고 다양한 얘기를 듣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촬영할 때 배우로서 몰입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주변을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정우 형은 그런 완급 조절을 잘한다. 촬영 중간중간 머리를 잘 식히고 쉼을 잘 가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촬영할 때 온전한 집중도를 끌어낸다.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 모든 연기가 다 좋았고 훌륭하다 싶었지만, 특히 마라톤 대회 중 넘어져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못 달리던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연기를 한 것인가.

"서윤복의 감정에 이입해 그 장면을 마음 아프게, 뭉클하게 봐주셨다면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진짜 다리가 풀렸던 경험을 토대로 그걸 묘사했다. 근육 컨트롤을 한 거다. 그 정도까지 뛰었다가 넘어졌을 때, 다리 통증에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을 거다. 저도 마라톤 대회에 나가 뛰어봤고, 그 경험에 제 상상력을 부가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 같은 마라토너이지만, 하정우의 손기정과 임시완의 서윤복은 상반된 느낌이 있었다. 하정우의 손기정이 불같다면, 임시완의 서윤복은 차분함이 느껴졌다. 이런 다른 감정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 시사 이후 이런 평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저는 제가 그렇게 느껴질지 몰랐다. 지금은 대본을 분석했던 감각이 좀 흐릿하긴 하지만, 영화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저는 서윤복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열정이 앞서는 인물로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했는데, 상반된 차분한 느낌이라고 평가를 해주시더라."

배우 임시완이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서윤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이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서윤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과 하정우가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과 하정우가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신 하나하나 표현되는 걸 보면 얘기한 것처럼, 불같은 열정이 느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지닌 고유의 차분함이 있다 보니 영화 전체적인 색깔이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도 그렇지만, 실제로도 감정의 높낮이가 크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떠한가.

"맞다. 평소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다. 그래서인지 감정을 터트리는 신을 찍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분출하는 것 같다."

-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 희열을 느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그 여정이 재미있었다. 보스턴까지 가는 길이 길다. 그걸 찍을 때는 뛰는 신이 아니라 안 뛰어서 좋았다. 배낭 하나 메고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국인들 만나 말을 못 알아듣고 형들에게 의지해서 '이게 뭔 상황이냐' 하는 것이 재미있고 콜라 얻어 마시는 것도 귀여웠다. 화장실에서 서양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도 재미있었다. 심적으로도 편하고 좋았다."

- 달리는 장면 빼고 다 좋았던 거 아닌가.(웃음)

"그건 아니다.(웃음) 저는 새로운 공간, 경치 좋은 곳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칸에 갔을 때 스케줄이 안 되는 상황, 기온이 40도라 뛰면 위험할 수 있는데도 굳이 뛰고 싶더라. 그래서 해안가를 따라 뛰어봤다. 러너로서 그런 로망이 있다. 촬영하며 뛰었던 공간이 다양했다. 세트에서도 뛰었지만 호주에서는 뛰는 신이 대부분이었다. 혼자서 여행했으면 쉽게 가지 못할 지역에서 뛰어보기도 했는데 그런 것도 재미있었다."

- 션, 이영표, 윤세아, 박보검 등과 함께 러닝 크루도 계속 하고 있는데 혹시 목표가 있나.

"이번 추석에도 다 같이 뛰어보자는 얘기를 했다. 목표는 저는 없지만, 션 형님은 있으신 것 같다. 저희를 철인 3종 경기로 이끌려고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으시다."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달리기가 왜 좋은가.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좋다. 도착점까지 가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목표가 있다. 시작하는 데 있어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일단 뛴다. 뛰는 순간부터 앞으로 내가 뛰어야 할 거리가 줄어든다. 그런 단순한 셈법이 명쾌하다. 조금만 더 힘들면 결국 목표에 도달하고 완료가 된다는 점이 좋다."

- 선한 역도 악한 역도 다 잘 소화해왔다.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더 감정적으로 동하는 역할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공감의 영역으로 생각한다면, 사이코패스 역할은 공감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다.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임팩트는 악역이 클지 몰라도 서윤복 선생님이나 선역은 공감을 하기엔 더 쉬운 것 같다."

- 공감은 되지 않지만, 악역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은?

"관점을 바꾸려 한다. 예를 들어 살인할 때 단순히 누군가를 죽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정말 뛰어난 예술의 영역이야', '나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숭고한 희생이야'라는 식으로 관점을 바꾸려 노력하는 것 같다. 그래야 어떻게든 내 안에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영역의 감정이 생긴다."

- 이제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배우로서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임시완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가지는 의미는?

"저의 취미인 러닝이나 복싱도 그렇고 저의 생활 반경들이 배우라는 중심점으로 귀결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또 좋은 작품은 무엇일지 생각하며 이 일을 하는 것에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제가 이제껏 해왔던 방식은 저를 백지화시키는 작업이었다. 배우로서 어떤 것도 담아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도전을 해왔다. 그리고 이 도전이 계속되어 어떤 것을 했을 때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할 법한 것'으로 구체화가 되고, 중심이 서고 기둥이 만들어지는 결과가 나오는 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그렇다면 자신의 연기를 돌아본다면?

"늘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안도를 하는 과정들을 겪어왔던 것 같다. '비상선언' 때 선배님들 연기를 보고 난 후 내 연기에 대해 '왜 저렇게 가짜 같지? 인위적인 것 같지?'라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정말 노력을 많이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가 선배님들이 보신 후 '잘 봤다'라는 평을 해주셨을 때 안도했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그러겠지만, 제가 한 연기는 부족함이 잘 보인다. 평가를 받기 전에는 그런 걱정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 이번 '1947 보스톤'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나.

"이 작품은 3년 전 나의 연기를 보는 거다. 저는 괴로웠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현재 진행형이고 성장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1947 보스톤'은 3년 전이라 지금보다 더 성숙하지 못했을 대다. 연기적인 스킬도 부족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저기서 더 채울 수 있었는데', '여기선 긴장감을 풀어줘야 했는데', '왜 저런 감정을 꺼냈을까' 등 제 눈엔 보인다."

- 인생의 목표가 여행이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정해인 배우와 JTBC 여행 예능 '배우는 여행중'을 찍고 와서 뭔가 새롭게 얻게 된 것이 있나.

"친한 사람도 여행을 다녀와 봐야 아는데 해인이와 여행을 해봤을 때 이 친구는 깊게 친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 같고. 그 예능의 확장판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스케줄인 듯 아닌 듯 휴식하면서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반가운 친구를 한 명 만든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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